길 사장 통한 '보도 개입' 파문 사실땐 박근혜 정부에 상당한 타격

2014. 5. 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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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길사장 퇴진압력 거세져

부장들 이어 팀장 46명도 성명

노조 "윗선 지시받고

지하철사고 확대 보도" 주장도

<한국방송>(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16일 '청와대의 방송 장악' 실상을 구체적으로 폭로함으로써, 길환영 사장의 퇴진 압력은 정점을 향해 치닫는 양상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길 사장을 통해 한국방송의 보도에 깊이 개입한 증언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박근혜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국장은 이날 밤 한국방송 기자 100여명이 참석한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해, 청와대와 한국방송의 커넥션에 대해 폭로했다. 먼저 김 전 국장은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한창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비판을 나중에 하더라도 자제했으면 좋겠다"면서 비판 자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방송이 정부 비판을 이어가자, 길 사장의 직접 지시가 이어졌다고 한다. "보도본부장실에 가보니, 사장 주재 작은 모임이 있었다. 사장은 '해경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아달라. 청와대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 9일 자신의 자진 사퇴는 청와대 작품이라고 폭로한 대목은 청와대가 한국방송의 인사까지 직접 개입했다는 점에서 한국방송의 현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들에게 "기자회견 시작을 30분 정도 앞두고 길 사장이 전화로 올라오라 했다.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으니,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김 전 국장은 해경과 해수부 비판 이상은 못했다는 기자들의 지적을 받고 "박(근혜) 대통령 비판은 한번도 없었다. 올라가봤자 결국 빠질 것이라는 자기검열이 있었다"고도 했다. 또 "여당 의원이 방송에서 얘기하는 날에는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든 그 아이템을 소화해라. 야당과 섞어서라도 해라'는 전화가 왔다. 누구인지는 화면에 가장 많이 등장한 사람 헤아려보면 금방 알 것이다"고도 했다. 평소 여권에서 광범위한 압력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김시곤 전 국장 발언은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이라는 의심을 확인해주는 것"이라며 "김 전 국장 발언이 사실이라면 길환영 사장의 책임이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의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노조는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이날 밤 긴급 성명을 통해 "김 전 국장의 사의 표명 과정에 청와대, 아니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제 청와대와 박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김 전 국장의 폭로로 한국방송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지만 길 사장은 침묵 속에 계속 버티는 모양세다. 보도본부의 부장 18명이 이날 낮 일제히 자진 사퇴하면서 길 사장 퇴진을 촉구했고 보도본부 팀장 46명도 이어 같은 뜻을 밝혔지만, 길 사장은 하루 종일 일체의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길 사장은 이날 임창건 보도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부장들이 자진 사퇴한 것과 관련해 "뉴스가 멈추는 거냐"고 물었고, 임 본부장이 "뉴스가 멈출 수도 있다"고 답하자 "이런 상황은 감수하겠다"고 답했다고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전했다. 새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뉴스 보도가 파행하더라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관계자는 "뉴스 중단도 감수하겠다고 발언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방송 노동조합(1노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케이비에스가 지방선거에서 여권 후보를 돕기 위해 서울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 사건을 윗선의 지시를 받고 확대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사쪽은 "대량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지하철 사고를 깊이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지방선거 개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정국 김효실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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