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수술받고 깬 아들에 차마 사고소식 못알려"

2014. 4. 2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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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으로 수학여행 불참..母 "실종학생·아들에 기적을"

뇌종양으로 수학여행 불참…母 "실종학생·아들에 기적을"

(안산=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실종학생들과) 울 아들한테도 기적이 있길 빌며…제발 간절한 마음으로'.

세월호가 침몰한 지 2주째인 29일 단원고등학교 2학년 5반 박진수 군의 어머니 배지영(44)씨 카카오톡 프로필에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소녀의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이다.

배씨는 이달 초 머리가 아프다는 아들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가 3년 전 아들의 머릿속에서 제거한 종양이 다시 자라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박 군이 그토록 가고 싶던 수학여행을 포기하고 병실에 누워 수학여행 출발 전날인 14일로 잡힌 수술을 기다리던 지난 12일 이해봉 담임교사가 손에 들린 꽃처럼 환한 얼굴로 찾아왔다.

수술 당일 아침에는 가장 친했던 이다운 군을 비롯한 친구들의 격려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박 군의 휴대전화를 연이어 울려댔다.

담임교사와 친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박 군은 씩씩하게 수술실로 향했고 5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잘 견뎌냈다.

박 군이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로 옮겨진 지 하루가 조금 지날 무렵인 15일 오후 9시께 수학여행에 나선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인천항을 출발했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배씨는 이제 막 수술을 받고 돌아온 아들이 충격을 받을까 봐 차마 '절친' 이 군의 시신이 발견됐고 선생님은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있다는 사실을 한동안 알리지 못했다.

그러나 수술 4일째 아침 "엄마, 꿈에서 다운이랑 같이 차 타고 어딘가로 가서 신나게 놀다왔어"라며 밝게 웃는 아들을 보며 훗날 사실을 알게 될 때 받을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생각에 배씨는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박 군은 "나도 갔으면 지금 여기 없을텐데. 내가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아픈 것도 아니네"라며 혼잣말을 하다가 이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오열했다.

배씨는 "다운이가 노래를 잘하고 진수도 음악을 좋아해서 며칠 전에도 둘이 콘서트를 다녀왔고 둘 다 담임선생님을 정말 좋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인 28일 단원고는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않은 2학년 13명과 1학년·3학년 전원을 대상으로 이번 사고로 인한 임시휴교 13일 만에 수업을 다시 시작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6개월 동안 받아야 하는 항암치료 때문에 2학년 가운데 유일하게 학교에 가지 않은 박 군은 친구들의 등교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보다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배씨는 "처음에는 이 모든 게 거짓말 같고 믿기 싫었지만 지금은 하루빨리 실종학생들이 살아서 돌아오고 우리 진수도 힘겨운 항암치료를 무사히 견뎌내기만 기도하고 있다"며 눈물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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