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침몰 당일 "빨리 인양하라" 공문.. 어이없는 해경

2014. 4. 2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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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이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2차 사고와 어장 피해가 우려되니 선박을 빨리 인양하라"는 공문(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구조보다 인양을 재촉하는 부적절한 내용이다. 선박 인양 능력이 의심되는 청해진해운에 인양을 요구한 것 자체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해경의 사고 파악 및 대처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드러난 셈이다.

국민일보는 22일 목포해양경찰서가 지난 16일 청해진해운과 진도군청, 서해지방해경청장 및 경비안전과장 등에게 보낸 '침수·전복 선박 세월호 구난명령 통보' 공문을 입수했다. A4 용지 2장짜리 문서는 목포해양경찰서장 명의로 발송됐다.

공문은 "귀 선사 선박의 금번 사고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상투적인 문구로 시작한다. 해경이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통상적인 업무 처리에만 매몰돼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해경은 공문에서 "침몰 해역에 대형 선박의 통행이 잦고 어장과 양식장이 몰려 있어 2차 사고와 오염 발생시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대형 크레인을 갖춘 샐비지(Salvage) 선박을 동원해 신속히 인양 조치한 뒤 조치사항을 해경에 통보해 달라"고 청해진해운에 요구했다. 이어 진도군청에는 "선박 소유자로 하여금 침몰 선박이 빨리 인양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공문이 발송된 16일은 경찰 내부 신고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세월호가 90% 이상 기울어져 대형 사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전해진 상황이었다. 해경 역시 공문에 "침수·전복된 세월호에 대해 인양 및 안전사고 예방조치 명령을 통보한다"고 적어 전복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해경은 이날 오전부터 침몰사고 신고를 접수한 뒤 사고 현장에 경비정을 급파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는 데는 적어도 1∼2달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0년 침몰한 1200t급 천안함은 30일이 소요됐다. 세월호의 규모는 6825t으로 천안함의 5배다. 인양을 시작하면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인양작업이 시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해진해운에 '인양 공문'을 보낸 것은 세월호 침몰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목포해양경찰서 해당 부서 관계자는 "선박 사고가 발생하면 응당 보내는 공문"이라고 해명했다.

목포=정부경 박은애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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