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뉴스9'은 어떻게 시청자들을 매혹시켰나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파란의 조짐은 그 날부터였다. 앵커 손석희가 '뉴스9'에서 자사 앵커가 한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한 그 날. 손석희는 피하지도 돌아가지도 않고, 뉴스가 시작하자마자 "어떤 변명도 필요하지 않다"며 "선임자로서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말한 뒤 몸을 굽혔다. 놀랍게도 수이 그치지 않을 것 같던 논란은 되려 손석희의 언론인다운 자세에 대한 찬사로 깔끔히 덮여졌다.
그야말로 정공법이었다. 전화위복이란 말을 이 때 써도 되는 것일까. 시청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니, 연이은 지상파 방송의 눈가림 보도에 상한 마음들이 하나 둘 '뉴스9'으로 모여들었다.
앵커 손석희의 행동 하나하나가 화젯거리였다.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단 말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던 몇 초, 인터뷰 대상자의 딸이 사망자가 되어 돌아왔다는 소식에 보인 그답지 않은 울먹거림, 팽목항에 직접 내려가 데스크도 없이 선 채로 뉴스를 전하던 모습 등등. 어느새 단순한 화젯거리를 넘어 보는 이들의 마음에 진정성이란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사실, '손석희'라는 인물 자체가 스타성이 다분하긴 하다. 이전에 진행하던 MBC 라디오 '시선집중'이나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100분 토론'에서 보여준 허를 찌르는 거침없는 발언들과 명료한 정리, 속을 유쾌하게 해주던 치우침 없는 논점들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손석희'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더구나 학연 지연으로 똘똘 뭉친 방송국 내에서 독보적인 발걸음으로 승부를 둔, 손석희는 앵커 계에선 그야말로 '빅맨'이었다.
손석희의 '뉴스9'의 시청률이 지상파 뉴스의 자리를 위협할 만큼의 성과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몰고 온 바람에 화제성을 덧붙이며 떠오른 게 아니냐 하는 잿빛 의견을 내고 있다. '손석희'니까, 뉴스 진행자가 보도국 사장이 다름 아닌 '손석희'니까 무조건 믿고 본다는 것도 편향된 시각이란 거다.
시청자들이 '뉴스9'을 편애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들의 의견대로 '손석희'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단지 하나의 흐름을 잘 꿰었을 뿐인데 단순히 그 화제성에 홀린 걸까.
옳은 얘기다. 분명 '뉴스9'의 시청률은 세월호 침몰사고를 기점으로 올랐으며, '손석희'의 영향력도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뉴스9'이 얻는 신뢰를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우선, '뉴스9' 전반을 휘감고 도는 진정성어린 분위기를 말하고 싶다. 이는 앵커 손석희의 힘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여전히 팽목항에서 세월호 사고 실종자들의 소식을 전하는 서북현 기자의 모습에서,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에 호응해준 김소현 앵커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서, 월드컵 혹은 검찰의 금수원 수색 소식만을 혈안이 되어 전하는 다른 방송과는 달리 잊지 않고 세월호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모습에서 자연스레 뿜어져 나온 것이다.
적어도 논점은 잃지 않는 모습도 또 하나의 이유다. 유병언을 하루 속히 잡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지만, 문제는 잡아도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죄를 규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월호 특위를 구성하겠다던 정부는 선거 지나고 나니 깜깜무소식이며, 잡겠다는 유병언은 땅이 너무 넓은 탓인지 코빼기도 안 뵈는 상황이다. 적어도 '뉴스9'은 이 지점들을 다른 이슈들에 양보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진정성'이 '명확한 논점'이 차별성을 갖게 된 이유라니, 한편으론 씁쓸하기 그지없다. 언론이라면 당연한 것 아닌가.
'진정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보인다고 생기진 않는다. 언론인이면 언론인답게 주어진 자리에서 힘껏 맡은 바 그 소임을 다할 때, 보는 이들은 '진정성'을 느끼고 비로소 마음을 연다. 손석희의 수그린 고개에서, 김소현 앵커의 목소리에서, 서북현 기자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
지상파 뉴스를 향한 불신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할 언론이 오히려 귀막이와 색안경만 건네주고 있으니 아니 될 말이다. '뉴스9'의 높은 시청률은 하나의 경종이다.
하지만 손석희의 '뉴스9'도 피해갈 수 없는 비판점이 하나 있다. 바로 대기업을 등에 업은 언론매체라는 것. 해당 대기업에 관련된 뉴스가 공정하게 보도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는 중요한 관문이다. 이마저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보도한다면, 시청자들은 전에 없는 믿을만한 언론매체를 얻은 것이라 봐도 되지 않을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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