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처벌특례법' 시행 한 달, 나영이 아빠는..

하윤아 기자 2014. 10. 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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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하윤아 기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이 시행된지 한 달을 맞이한 가운데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 보호자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회 제도적 정비의 필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조두순의 아동성폭행 피해자 나영이 아버지, '지 군 사건'(어머니의 가혹행위를 못견딘 지모 군이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의 아버지, 김민선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소장 등 피해자 보호자 및 관계자들은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들은 아동학대 사건의 예방 대책과 아동 보호를 위한 사회 제도 마련 등을 논의하는 한편, 사건 당시 집중됐던 언론의 조명이 지나간 이후 피해자들의 삶에 대해 털어놓았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나영이 아버지는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아버지로서 그동안 나름대로 많이 뛰어 다녔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방송이나 언론,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이 많은 노력을 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성폭력 범죄가 줄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애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현실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행정이나 관심이 피해 아동들에게 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나영이 아버지는 "관계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떠오르기 힘든 사건을 설명해야 한다는 부분이 힘들다"고 토로하며 "모든 피해자들이 사건을 잊을 수 있도록 가까이에 있는 지자체나 심지어 동사무소까지도 배려해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이 자리에서 "배변주머니 제거 수술에 성공해 지금은 언제 저 아이가 끔찍한 사건을 겪었나 싶을 정도로 예쁜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현재 나영이의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지모 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지금 잘 지내고 있다"며 "사회의 온정을 받아 기적적인 형을 받았고 지금은 형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들은 지금 자신의 죄를 많이 깨닫고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 군 사건'은 지난 2012년 3월, 아들의 성공과 성적에 집착한 어머니가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로 아들을 수차례 체벌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살해 사건이다. 당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지 군은 밤낮에 걸친 어머니의 체벌과 잔소리를 참지 못해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시체를 8개월간 방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차 자신을 '죄인'이라고 밝힌 지 군의 아버지는 "이 자리에서 교훈적인 이야기는 아무것도 할 말이 없다"면서도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부모, 형제로서, 또는 사회 일원으로서 올바른 사랑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도가니 사건' 당시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민선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소장은 "많이 호전된 친구도 있지만 이 사건 피해자들은 피해가 중하든 경하든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아동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국가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2011년 9월 영화 '도가니'가 개봉한 이후 사회적 화두로 떠올라 2012년부터 여성가족부의 트라우마 치료 지원을 받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여론도 수그러들면서 매년 말 예산 지원 문제로 고역을 치르고 있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피해자들의 상태가 어느 정도, 그리고 얼마나 호전됐는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여전히 트라우마 속에서 살고 있다"며 끝으로 "끝까지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기억해주시고 국가가 이들 피해자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밖에 '울산 계모 사건' 피해자의 친엄마는 메시지를 통해 "아이가 잘못하면 때려서 훈계하려는 인식을 달리하면 아동학대에 대한 시선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한편, "익명 제보를 보장하고 아동관련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고 뜻을 전했다.

또한 '칠곡 계모 사건'의 피해자 고모 역시 메시지를 통해 "언론에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피해자 보호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신과 의사 출신인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과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들 세 사람은 최근 '우리는 모두 아이였습니다'(미디어트리거)라는 책을 펴내고 의사, 변호사, 보호기관의 기관장으로서 아동학대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이 회장은 "10년 넘게 아동학대 사건 변호사 상담을 하며 우리 사회의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이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나눠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앞으로 변호사로서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된 상담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법과 제도 개정에 역할을 하는 의원으로서 실제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문제를 없애는 것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달 19일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전후해 11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캠페인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 기관장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는 우선 중의 우선"이라며 "피해 아동이 갖는 후유와 징후는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기 때문에 폭력이라는 방법을 통한 아이 훈육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다같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기관장은 특히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처벌은 강화됐지만 아동 보호 예산은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 △현재 지자체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아동 복지 사업의 예산을 2015년에 국가 사무로 환원할 것 △지역 아동복지 전문 기관을 현행 50개에서 100개로 늘릴 것 △각 기관별 아동복지 상담원을 현행 8명에서 15명으로 확충할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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