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계모' 살인죄 인정..아동학대 범죄는 매년 증가하는데

김만배·김미애·이태성·김정주·황재하 기자 입력 2014. 10. 18. 06:01 수정 2014. 10.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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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34>]학대피해아동 보호건수, 2001년 2105건에서 2012년 6403명으로 3배 넘게 증가

[머니투데이 김만배·김미애·이태성·김정주·황재하기자][[서초동살롱<34>]학대피해아동 보호건수, 2001년 2105건에서 2012년 6403명으로 3배 넘게 증가]

울산에서 계모의 학대로 숨진 A양의 넋을 기리기 위한 촛불추모제가 13일 저녁 A양이 다니던 학교 앞에서 열리고 있다. 추모식에 참석한 아이와 엄마가 촛불을 밝히고 있다. 2013.11.13/뉴스1

지난 16일 아동학대 사건에서 살인죄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울산계모'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입니다.

그동안 아동학대로 인해 아이가 사망했을 경우 법원은 대체로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왔습니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이 재판부는 '계모가 아이가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폭행했다'며 살인죄를 인정했습니다.

◇법원 "울산계모, 폭행 당시 아이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 알 수 있었다"

살인과 상해치사를 구분하는 것은 행위자의 의도입니다. 상대방을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살인죄,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상대방이 사망했을 경우 상해치사죄가 성립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의도의 구분은 당사자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 정황 등을 고려해 판단하게 됩니다.

'울산계모' 박모씨는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딸 이모양(8)을 35분동안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30분 쉰 뒤 다시 25분간 가혹한 폭행을 가했습니다. 이양은 박씨의 폭행으로 갈비뼈 16개가 부러졌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이제 겨우 8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폭행한데 대해 1심 재판부는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 상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고, 즉각 살인이 가능한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폭행을 가한 것은 맞지만 죽이려고까지 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1심에서 박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가지 정황을 들어 박씨가 이양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폭행을 했다고 판단합니다.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박씨가 두번째로 폭행을 가하기 전 이양이 비명을 지르고 창백한 모습이어서 이미 생명에 위험이 닥친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박씨도 알 수 있었던 점, 키 130cm, 몸무게 20kg에 불과한 이양보다 신체조건이 월등한 박씨(키 166cm, 몸무게 56kg)의 손과 발은 흉기나 다름없는 점 등이 이유였습니다.

재판부는 "인체의 중요 장기가 모여있는 어린 피해자의 몸통 부위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은 매우 치명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며 "박씨가 주먹과 발로 무자비한 폭력을 가해 어린 생명을 빼앗은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린 행태"라고 했습니다. 법원은 1심보다 형량이 3년 늘어난 징역 18년을 선고했습니다.

◇아동학대 사망사건, 해외에서는 어떻게?

해외에서는 아동학대로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시 어떻게 판결하고 있을까요. 박씨의 공소유지를 담당했던 울산지검은 1심 판결 후 "해외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에서는 모두 살인죄가 인정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해 한 아동(4)의 계부가 피해자에게 수개월 동안 폭력을 휘두르던 중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에서 계부는 살인의 고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살인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최소 구금기간 30년)을 선고했습니다.

독일에서는 2007년 카롤리나라는 아동(3·여)의 계부가 피해자를 구타하고 뇌손상을 입혀 사망하게 한 사건에서 살인죄를 인정,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미국에서는 지난해 엘리 존슨이라는 아동(3·여)의 계부가 피해자에게 수차례 폭력을 휘두른 뒤 바닥에 집어던쳐 숨지게 한 사건에서 '1급 살인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아동학대 범죄, 늘어만 가는데 대책은?

아동학대 범죄는 매년 늘어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학대피해아동 보호건수는 2001년 2105건, 2002년 2478건, 2003년 2921건, 2004년 3891명에서 2005년 4633명, 2006년 5202명, 2007년 5581명, 2008년 5578명, 2009년 5685명, 2010년 5657명, 2011년 6058명, 2012년 640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10여년간 3배가까이 증가한 것입니다. 2001년~2012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공식 집계된 것만 97명에 달합니다.

이번 판결을 놓고 일각에서는 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신체적으로 미성숙하고 방어능력이 취약한 아동에 대한 살인의 고의성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아동학대 살인죄를 적용하는 기준을 새롭게 세웠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동학대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그동안 아동학대에 미온적이었던 사법부가 나서면 범죄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사건 하나만 가지고 판단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박씨가 119에 신고를 한 것을 볼 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이 맞았다고 볼 수 있는 점도 있고 이번 판결이 대법원 판결이 아니라는 겁니다. 또 법원이 엄벌에 처하는 것과 아동학대 범죄가 감소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을 것이라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법원이 국민 여론도 감안하지 않았겠느냐"라며 "이번 판결이 획기적인 판결이라는 사건 변호인들의 주장이 타당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사건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론이 내려질지, 국민들은 관심있게 지켜볼 것입니다.

[김정주 기자 트위터 계정 @kimyang333]

머니투데이 김만배·김미애·이태성·김정주·황재하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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