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계모만의 문제 아니다

데일리노컷뉴스 2014. 4. 2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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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향기]

[데일리노컷뉴스 ]

↑ 조순희 수석연구위원

최근 온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칠곡의 아동 학대 치사 사건을 접하고 참담한 심정을 누그러뜨리기 어려웠다. 어린 나이에 명색이 부모라는 사람들로부터 갖은 학대를 받다가 참혹하게 목숨을 잃은 가녀린 생명을 생각하면 자식을 둔 부모로서 소름이 돋고 가슴이 미어진다.

조선 전기 문인 이륙(李陸, 1438-1498)이 지은 '의견설(義犬說)'은 태어나자마자 어미 잃은 강아지들을 제 새끼처럼 젖을 먹여 키운 개의 이야기다. 이륙은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여성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모가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일은 늘 이야기의 단골 소재가 돼 왔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콩쥐팥쥐와 장화홍련전, 서양의 신데렐라와 백설공주가 그런 것이며, 동양 고전 '맹자(孟子)'에도 순(舜)임금의 계모가 눈먼 남편과 자신의 친아들과 함께 순임금을 죽이려고 수차례 기도했던 일화가 실려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에서 악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사람이 대부분 계모인 것은 왜일까? 가정에서의 역할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유독 계모의 악행만을 부각시키려 한 데는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적 사고에 따른 편견이 배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설사 계모의 마음씨가 고약하다고 해도, 가정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질 때 그 아버지는 무엇을 한 건지 의문이 든다.

재혼하고 나서 죽은 콩쥐와 신데렐라의 아버지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장화 홍련의 아버지는 어느 정도 분별력을 갖춘 사람이었음에도 후처의 말에 속아 두 딸을 죽게 만들었다. 순임금의 아버지도 아들을 죽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했던 인물이다. 자기 자녀의 학대에 방관자 내지 적극적 협조자까지 되는 이와 같은 행위를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설사 저들 친부가 무지몽매해 사리분별 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죄가 용서될 수는 없다. 그들 역시 이륙의 말대로 '의로운 개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워해야 할 자'이겠지만, 그들에게 과연 남의 말을 새겨들을 수 있는 귀가 있을지 모르겠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계모와 친부의 형량을 놓고 온국민이 공분하고 있는 와중에 두 살짜리 아들을 친부가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의붓부모냐 친부모냐를 떠나서 못된 어른들의 폭력에 아이들이 희생되는 끔찍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문제가 터져 여론이 들끓을 때 허겁지겁 방안을 내놓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검토를 통해 사회 안전 시스템을 구축한 뒤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며, 실효성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광폭한 어른들의 폭력과 학대에 더 이상 아이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라도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조순희(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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