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만나서 꼭 안아주고 많이 사랑해줄게" 칠곡 계모, 구속직후 '마음에도 없는 편지' 보내

대구 입력 2014. 4. 9. 03:03 수정 2014. 4. 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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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만나서 꼭 안아주고 꼭 많이 사랑해줄게. 사랑한다 내 큰딸."

여덟 살 의붓딸 B양을 짓밟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칠곡 계모'가 동생을 죽인 것으로 누명을 씌운 언니 A(12)양에게 보낸 편지다. 한마디로 '착한 새엄마'인양 위장하는 편지다. A양을 협박해 동생을 죽인 것으로 허위 자백을 시키고 자신의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매일같이 쓰게 시킨 것도 모자라 A양을 위하는 것처럼 거짓 편지를 쓴 것이다.

계모 임모(36)씨는 구속 직후인 작년 10월 초 A양에게 보낸 편지에서 A양의 학교 숙제와 시험, 건강 등을 언급하며 걱정했다. "엄마가 곁에 없어 힘들겠지만, 잘 견뎌내자"며 학교 중간고사가 다가오니 공부를 시작하고 평소 잘하는 수학이나 사회 과목은 동생(계모의 친딸)도 가르쳐주라고 했다. "빈혈이 있으니 음식을 골고루 먹고, 대변을 잘 못 보면 아빠한테 말해 유산균 음료를 사서 먹으라"고도 했다. 집에 남은 자식을 끔찍이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는 "엄마가 많이 사랑하지 못하고 잔소리 많이 한 것 미안하다"고 썼다.

그러나 편지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임씨는 이 편지 사본을 담당 재판부에 참고 자료로 제출해 재판 기록에 편철도록 했다.

A양 변호인단은 "자신이 다정한 엄마임을 판사에게 호소하고자 마음에도 없는 가식적인 편지를 쓴 것"이라며 "실형을 피하고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위한 꼼수"라고 분석했다. 과거 임씨는 A양이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틀을 굶기고, 말을 듣지 않으면 밤새 잠을 재우지 않거나 실신할 정도로 목을 조르는 등 학대를 일삼았다.

이 편지를 본 A양은 더욱 겁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집으로 가면 꼭꼭 같이 여행 가자', '엄마가 집에 갈 때까지 힘들더라도 기다려줘'라는 말은 A양에겐 곧 '엄마(계모)가 곧 돌아올 것이고 엄마 말을 듣지 않으면 동생처럼 나도 죽을지 모른다'는 말과 같았다는 것이다. 이 시기 계모 임씨의 남동생도 A양에게 "너희 엄마는 곧 풀려난다. 엄마가 모범수로 감형받으면 1년 뒤에도 나올 수 있다"며 압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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