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남호철] 블랙박스를 찾아라

2014. 4. 1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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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남중국해→말라카해협 북부→호주 서쪽 남인도양. 지난달 8일 갑작스럽게 연락이 두절된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 여객기의 현재까지 알려진 경로다. 중국 베이징으로 가려던 여객기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반대 방향으로 남인도양까지 가게 된 것일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당초 여객기 이륙 1시간쯤 뒤 운항정보 교신장치가 꺼진 상태에서 조종사가 관제탑에 "아무 이상 없다"는 마지막 무전을 보내면서 고의적 납치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초기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던 수색이 카자흐스탄 남쪽 중앙아시아에서 인도양 남부까지 대폭 확대됐다.

총체적 무능 드러낸 말레이시아

수색과정에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미온적 초동대처 등 총체적 무능을 보여줬다. 영국 위성업체 인마르샛(Inmarsat·국제해사위성기구)이 여객기 실종 다음날부터 자체 분석을 토대로 얻은 정보를 말레이시아에 제공하려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 3일 뒤에야 정보 공유가 가능해졌고, 공식 발표는 그로부터 사흘 뒤 나왔다. 말레이시아가 인도양 수색을 본격화한 건 실종 일주일 뒤였다. 중요 정보가 늦게 공개되면서 여객기를 찾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이 허비된 바나 다름없다.

결국 실종 17일 만에 인마르샛에 의해 '실종기 인도양 추락'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하지만 실종기의 정확한 추락지점과 원인 등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일단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항로가 바뀐 것은 자명해 보인다. 납치, 조종사의 자살, 기체 이상 등이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다.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것은 조종석의 음성녹음 및 비행기록이 담긴 블랙박스뿐이다.

블랙박스는 길이 50㎝, 너비 20㎝, 높이 15㎝가량의 크기로 눈에 잘 띄는 오렌지색 야광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자체 무게(약 11㎏)의 3400배까지 충격을 견딜 수 있고 1100도의 온도에서도 30분간 손상되지 않으며 수심 6096m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다. 충격이나 화재로 비행기가 산산조각 나더라도 블랙박스는 손상되지 않고 사고 직전 비행기의 상황을 알려줄 수 있을 정도다.

블랙박스가 호수나 바다에 빠지면 자동으로 고유의 비상용 주파수(37.5㎑) 신호를 발신하는 기능이 작동하게 된다. 배터리 수명은 30일가량이고 수명을 다한 뒤에도 5일 정도는 주파수 송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를 감안하면 블랙박스의 신호 발신은 지난 12일에 끝난 셈이다.

지난 5일과 8일 실종된 항공기의 블랙박스가 송신하는 신호와 동일한 주파수가 남인도양에서 중국과 호주의 수색 선박에 잡혀 수색에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신호가 실종기 블랙박스에서 나오는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고, 더 이상 주파수 신호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사고가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실종기 수수께끼 풀어줄 열쇠

그럼에도 국제 수색팀은 여전히 블랙박스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미국은 드론 잠수정(AUV) '블루핀-21' 등 첨단 수중탐사 장비를 동원해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블루핀-21은 2009년 대서양 상공에서 추락했던 에어프랑스 여객기의 블랙박스를 바다 밑에서 찾아내 실종 2년 뒤인 2011년 인양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실종기의 추락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사고에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말레이시아가 사고 초기에 수색 한계를 일찌감치 인정하고 국제 공조를 서둘렀더라면 블랙박스를 찾을 가능성이 더 많았을 수도 있다. 이제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아내는 기적'에 의존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남호철 국제부장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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