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뒷수습 왜 고객에 떠맡기나" 개인정보 털린 직장인의 하루

이윤주 기자 2014. 1. 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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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가 직접 구제해야지" 분통'혹시 돈 빠져나갈라' 새 계좌 개설수시로 콜센터 전화.. 종일 '먹통'

회사원 김모씨(36)는 21일 사용 중인 국민카드와 롯데카드의 결제계좌가 있는 은행을 찾아가 기존 계좌를 해지하고 새 계좌를 개설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지난 주말 카드사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확인한 뒤 20일 아침부터 카드사 콜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상담원과의 연결은 '로또 당첨' 수준이었다. '전 상담원이 통화 중으로 20분간 대기해야 한다'는 안내가 이어졌지만 1시간을 기다려도 통화할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먹통 상태인 전화기를 붙들고 씨름하다보니 어느새 오후 6시. 상담원 통화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안내가 돌아왔다.

직장에 다니느라 이틀째 전화기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 일. 김씨는 "카드 해지와 재발급은 사람이 너무 몰려 당장 힘들 것 같고, 혹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출된 계좌라도 해지해야겠다는 생각에 계좌부터 바꿨다"며 "웬만한 개인정보는 다 빠져나가 주민등록번호만 남기고 다 바꿔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은행 직원은 "고객님은 계좌라도 바꿀 수 있어 다행이지만 하루 종일 창구에 붙어 있어야 하는 저는 개인정보 유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지금 피해 수습은 소비자 스스로 각개전투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카드사 사장이 물러나 해결될 일이 아니고 카드사가 피해 구제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김씨의 고군분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씨는 빠져나간 정보로 명의가 도용되는 일을 막기 위해 '이동전화 가입제한' 사이트 등록을 시도했다.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나 유선전화 등 통신서비스가 새로 개통되면 가입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무료 서비스다.

그런데 이 사이트 역시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를 해야만 했다. 각 통신사업자에 이름과 주민번호를 제공하고 명의 도용을 확인하는 차원이라지만, 또다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해야 한다고 해서 김씨는 회원 가입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눌렀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카드를 해지해도 신경쓰이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사용하고 발생한 포인트로 휴대전화 요금을 할인받고 있던 김씨는 카드를 해지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통신사에 문의했지만 역시 "통신사에서는 알 수 없으니 카드사에 문의해보라"는 대답만 듣고 말았다.

유출된 개인정보가 유통되지는 않았다고 금융당국은 큰소리치고 있지만 몇 달 전부터 급증한 스팸 문자메시지도 불안하기만 하다. 김씨는 "몇 달 전부터 한번도 이용해보지 않은 도박사이트나 성인 광고 문자가 갑자기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카드사에서는 2차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찝찝하고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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