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휘청' 안철수 신당 '더 휘청'

천관율 기자 2014. 2. 3. 09: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지방선거 정국으로 진입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서울시장 경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안철수 의원은 3월 신당 창당을 못 박았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은 연대론과 독자완주론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 시사IN > 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지방선거 격전지 중에서도 후보군의 윤곽이 비교적 드러난 4개 지역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정면으로 맞붙는 광주, 범야권의 잇따른 상륙작전을 새누리당이 차단해온 부산, 그리고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손꼽히는 충남이다.

예상 후보들 간의 가상 대결을 설계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적용했다. 첫째, 안철수 신당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보았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는 현존하는 정당들 사이의 지지도를 우선 물은 뒤, "만약 안철수 신당이 창당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시겠습니까?"라고 두 번째 질문을 던지는 구조가 많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설문 구조가 안철수 신당에 유리하다고 지적한다. 질문에서 안철수 신당이 생긴다는 것을 강조해 응답자의 주의를 끌기 때문이다.

ⓒ조형물 제작: 시사IN 양한모, 사진:시사IN 조남진

이번 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을 새누리당·민주당과 나란히 보기에 넣어 질문 하나만으로 정당 지지도를 물었다. 그 결과, 안철수 신당의 정당 지지율이 조사 대상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과 엇비슷하거나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많게는 두 배 이상 앞서던 기존 조사와는 다른 결과다(안철수 신당 지지층의 특징은 20~22쪽 딸린 기사에서 분석한다).

둘째, 여러 언론 매체의 신년 여론조사를 참고해 인물 경쟁력이 조금이라도 높게 나왔던 후보 위주로 가상 대결을 붙였다. 새누리당·민주당·안철수 신당의 여러 후보군을 모두 집어넣을 경우 가상 대결 조합이 너무 많아서 조사가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유력 후보가 가상 대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조사 문항이 한정되어 있다는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서울:양자 대결은 박빙, 삼자 대결은 새누리

서울의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44.5%, 안철수 신당 18.2%, 민주당 17% 순서였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건재한 가운데, 야권 지지층을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양분했다.

새누리당 후보로는 정몽준 의원을 가정했다. 몇 차례 불출마 의사를 밝혔던 정 의원은 최근 들어 출마 가능성도 열어두는 등 기류가 바뀌는 분위기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더불어, 현 시점에서 새누리당의 투톱 카드로 꼽힌다. 정 의원은 각 언론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김 전 총리보다 약간 앞선 결과를 받았다. 민주당 후보로는 현직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확실시된다. 당내에서 별다른 경쟁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두 후보의 1대1 대결을 가정해서 물어봤다. 결과는 접전이었다. 정몽준 43.3% 대 박원순 43%. 여러 언론의 신년 여론조사에서는 박 시장이 앞서는 결과가 많았는데, 이번 < 시사IN > 조사에서는 박빙의 결과가 나왔다. 야권과 야권 지지층 내부에서는, 최소한 양자 대결이라면 승리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번 조사는 여권 잠재 주자들에게는 청신호를, 야권에는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냈다.

안철수 의원은 전국 모든 광역단체 선거에 후보를 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안철수 신당 후보군이 현재 뚜렷하지는 않지만, 이계안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일단 거론된다. 이 위원장을 포함한 삼자 대결은 어떨까.

결과는 정몽준 40.8%, 박원순 33.9%, 이계안 14.9%로 나왔다. 정 의원이 오차범위 밖으로 박 시장을 따돌리는 결과다. 박원순 시장도 안철수 신당 변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재선이 위태롭다는 여론지형이 확인됐다.

새누리당 지지층은 견고했다. 안철수 신당 후보를 가정하는 양자 대결에서도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은 거의 빠지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 박원순 시장은 9.1%포인트 내려앉았다. 안철수 신당이 주장하는 '새누리당 지지층 흡수 효과'는 눈에 띄지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경쟁이 '범야권 내부 투쟁'이라는 관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안철수 신당 후보의 파괴력은 크지 않았다. 안철수 신당으로서는, 새누리당 변수가 없는 호남을 제외하면 가장 기대할 만한 곳이 수도권이다. 하지만 이계안 카드는 서울에서 '3강 구도'를 만드는 데 실패하고 뒤로 처졌다.

'2강 1약 구도'가 고착될 경우, 안철수 신당은 강한 단일화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반새누리당 여론이 승리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쏠리면서 지지층이 더 줄어들 위험도 있다. 정당 지지율 차이가 있어서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4년 전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후보는 최대 16%까지 지지율이 나왔다가 최종 득표율 3.26%로 마감했다.

이 때문에 안철수 신당으로서도 최대 숙제는 서울시장 선거를 최소한 3강 구도로 만들 수 있는 후보를 발굴하는 것이다. < 중앙일보 > 는 안철수 측에 합류한 윤여준 전 장관이, 안 의원 본인의 서울시장 직접 출마 카드도 검토해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보도했다. 안 의원이 즉각 부인해 일단은 해프닝으로 잠복했지만, 파괴력 있는 수도권 후보를 찾는 것이 최대 숙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 광주:민주당 대 안철수 신당 정면충돌

광주 선거 결과가 전국의 주목을 받은 적은 많지 않지만, 이번 지방선거만은 예외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정면충돌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새누리당 변수가 사실상 없는 이곳이 범야권 주도권 투쟁의 무대로 떠올랐다.

정당 지지율은 오차범위 안쪽이었다. 민주당 38.6%, 안철수 신당 33.3%. 다만 민주당 지지층보다는 안철수 신당 지지층이 더 충성도가 낮고 유동성이 컸다(20~22쪽 딸린 기사 참조).

민주당 내부 경쟁에서는 강운태 현 시장과 이용섭 의원이 맞붙었다. 두 사람은 4년 전인 2010년에도 치열한 접전 끝에 강 시장이 경선을 이긴 바 있다. 두 사람을 가상 대결 후보로 번갈아 붙였다. 안철수 신당에서는 출마를 시사한 윤장현 새정치추진위원장을 후보로 넣었다.

강운태 대 윤장현은 35.5% 대 40.3%로 오차범위 안쪽에서 윤 후보가 앞섰다. 이용섭 대 윤장현은 차이가 조금 더 벌어져 오차범위 밖에서 윤 후보가 이겼다. 33.5% 대 42.8%.

신년 각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은 전남과 전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전남·전북 유권자들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회귀하는 흐름이 잡힌다. 하지만 이번 < 시사IN > 조사에서는, 광주에서만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치가 유지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안철수 신당은 안철수 의원 본인 외에 파괴력 있는 광역단체장 후보군을 찾기 힘들어서, 정당 지지율보다 가상 대결 시의 후보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었다. 정당 지지율이 실제 표로 연결될 것인가라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광주에서만은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후보 지지율로 이어졌다.

윤장현 위원장은 강운태 시장과의 가상 대결에서 안철수 신당 지지자 중 4.6%만을 빼앗겼다. 이용섭 의원과의 가상 대결에서는 16.9%를 빼앗겼다. 민주당 지지층 일부도 흡수했다. 윤 위원장은 강 시장과의 가상 대결에서 민주당 지지자 중 12.1%를 빼앗아왔다. 이 의원과의 가상 대결에서는 26.6%를 빼앗아왔다.

안철수 신당 측 인사들은 "광역단체장 두 곳 승리면 목표 달성이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수도권 선거 전망이 불투명한 현재로서는 광주가 제일 기대를 걸 만한 곳인 셈이다.

민주당은 광주 본선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선에서도 본선 경쟁력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조사를 보면 강운태 시장은 기존 지지층을 붙들어두는 데, 이용섭 의원은 안철수 신당으로 이동한 지지층을 되찾아오는 데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였다.

 부산:오거돈과 안철수 신당이 만나면?

부산은 조용하다. 여러 큰 선거에서 6대4까지 따라붙던 야권의 약진이 일단 주춤한다. 정당 지지율을 보면, 새누리당 60%, 민주당 11.6%, 안철수 신당 10.8%로 여당과 범야권의 차이가 컸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부산에서도 안철수 신당이 기존 여당 지지층을 허물었다고 보기 힘들다.

부산 선거는 '여당의 무한경쟁과 야권의 구인난'으로 요약된다. 새누리당에서는 여러 후보군이 난립한 가운데, 국회 경력과 친박 진영 내 무게감에서 앞서는 서병수 의원이 현재 선두라는 평가가 많다. 서 의원을 새누리당 후보로 가정했다.

민주당 후보로는 김영춘 전 최고위원이 뛰고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손학규 당대표 시절 최고위원으로 임명되면서 부산 개척을 자신의 임무로 삼고 꾸준히 지역 표밭을 갈았다.

안철수 신당의 영입 리스트에 있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노무현 정부)도 주목되고 있다. 오 전 장관은 일단 신당행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안철수 신당만으로는 승리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역 정치권에 밝은 한 인사는 "오 전 장관 스타일이 원래 그렇다. 마지막까지 무소속과 안철수 신당 두 카드를 양손에 쥐고 가려 할 것이다. 반새누리 단일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까지 완주하는 삼자 구도가 되면 굳이 뛰어들지 않을 스타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의 위력을 가늠해보기 위해, 오 전 장관을 안철수 신당 단일 후보로 가정했다.

부산 선거에서 삼자 구도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과 민주당 김영춘 전 최고위원을 1대1로 붙여보았다. 서병수 50%, 김영춘 17.2%로 차이가 컸다. 부동층이 32.8%로 많은 편이었다.

다음은 새누리당 서병수 대 안철수 신당 오거돈. 서병수 49.9% 대 오거돈 33.1%. 여전히 큰 차이이기는 하지만 거리가 제법 가까워졌다. 새누리당 지지층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부동층이 대거 오거돈 후보 지지로 이동했다. 안철수 신당 후보가 부산에서 부동층 흡수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 충남:현직 프리미엄도 소용없다?

정당 지지율이 확 기울었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56.7%로 높게 나왔다. 민주당 지지율은 17%,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9.3%였다.

새누리당에는 충남도지사를 노리는 후보가 많다. 홍문표·이명수 의원,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성무용 천안시장 등이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후보자들의 지지율도 엇비슷하고 가상 대결 경쟁력도 비슷하게 나온다. 여러 명을 번갈아 넣는 의미가 크지 않다. 홍문표 의원을 대표로 가상 대결을 붙였다. 민주당은 안희정 현 충남지사의 재선 도전이 확실시된다.

양자 구도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현직 안희정 도지사를 크게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홍문표 47.5%, 안희정 32.9%. 현직 프리미엄으로도 세 배가 넘는 정당 지지율 격차를 다 만회하지는 못했다.

안철수 신당의 충남도지사 후보로는 류근찬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삼자 대결 결과는 어떨까. 홍문표 46.2%, 안희정 28%, 류근찬 10.6%. 충남도 서울과 비슷한 패턴이 등장했다. 안철수 신당 후보는 새누리당 지지층을 공략하지 못하고, 삼자 구도를 만들 만큼 지지층을 확보하지도 못한다.

 종합:세 세력의 불안 요소는?

네 곳 격전지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은 최상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양자 대결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고,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각자 후보를 내면 필승 구도가 된다.

불안 요소가 없지는 않다. 2012년 대선 이후 실망한 야권 지지층이 여론조사 응답을 회피하는 경향이 지적되곤 한다. 새누리당 지지 여론이 과대 포장될 가능성이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여권 지지율이 과대 포장된 여론조사를 믿다가 예상 밖의 참패를 당했다.

민주당은 단 한 곳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경고를 받았다. 본선 결과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광주와, 인물 경쟁력과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워 수성을 기대했던 서울·충남이 모두 만만치 않다. 안철수 신당 변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만만찮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양자 대결 구도를 만든다 해도, 여전히 본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안철수 신당은, 정당 지지율과 인물 경쟁력에서 '삼자 구도'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데 아직까지는 실패하고 있다. 질문 방식을 바꾸자 정당 지지율은 상당히 내려앉았고, 인물을 대입한 가상 대결에서는 '2강 1약' 구도에 갇힐 위험도 드러났다. 안철수 의원 본인이 부인하는데도 신당 세력 주위에서 '안철수 직접 출마론'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은, 안철수 신당이 처한 딜레마를 압축해 보여준다.

천관율 기자 / yul@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Live - [ 시사IN 구독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