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은 일본 장기불황 교훈 아나

2014. 8. 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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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새누리당에서 7·30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요인이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선거전략이라는 자체 분석을 내놨다.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가 재보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게 주효한 셈이다. 여당 승리의 '숨은 공신'인 최 부총리가 요즘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설명할 때마다 입에 달고 다니는 얘기가 있다. 우리 경제가 자칫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장기불황)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성장, 저물가,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 세가지의 유사성을 그 근거로 꼽는다. 정부가 41조원 규모의 재정지출과 금융지원, 부동산 규제완화 등을 망라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명분인 셈이다.

정부의 부양책에 발맞춰 그동안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주가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도 꿈틀대는 등 경제에 훈풍이 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 부총리가 일본 장기불황의 교훈을 제대로 모르고 일본의 잘못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해 실패를 재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장기불황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엔화 강세 상황에서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기르는 정공법보다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 등의 손쉬운 부양책에만 의존하다가 위기를 자초한 게 꼽힌다. 일본 정부는 버블이 깨진 뒤에도 긴급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1993년 이후 10년간 매년 1천억달러씩 총 1조달러의 재정을 풀어 도로, 댐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쏟아부은 것은 한 예다. 하지만 대대적인 재정 확대는 큰 폭의 재정적자를 만성화함으로써 국가부채를 빠르게 누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 부총리가 내놓은 대규모 부양책은 일본과 닮은꼴이다. 그동안 부동산 거품을 막는 안전판 구실을 해온 부동산 금융규제마저 완화했다. 조만간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도 단행될 기미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를 두고 "부채 증가에 의한 성장정책"이라고 표현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의 급속한 진전 등 변화된 경영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률에 집착해 무리한 부양책을 동원한다고 걱정한다. 엘지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잠재성장 하락을 인정하고 재정의 지속적 확대나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해 무리하게 단기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통해 저성장체제에서도 경제안정과 효율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하면 소비가 늘 수 없고, 내수 활성화도 요원하다.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도 이번 경제대책에서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 등과 같은 양극화 해소 방안을 일부 내놓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수년 내 세계경제 위기의 도래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이번 부양책으로)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와 세수 감소로 적자가 누적되고, 기업은 사내유보 감소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지고, 가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다. 만약 (경제위기) 예측이 적중한다면, 한국 경제의 건전성이 가장 약화된 시점에 위기를 맞는 셈"이라고 걱정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지도에 없는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가면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교훈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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