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이례적 일주일 휴가.. 취임 보름 최경환 엄두 못내

서일범·임세원·박홍용기자 2014. 7. 29. 18: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휴가 독려했는데.. 장관들은구제역 3년 만에 발생에 이동필 장관은 반납 처지울진·경주 동남권 원전 시찰.. 윤상직 장관은 휴가아닌 휴가

박근혜 대통령이 내수활성화 차원에서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휴가를 독려하고 나선 가운데 각 부처 장관들이 휴가길에 오를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주일짜리 장기휴가를 낸 장관이 있는가 하면 관례에 따라 사흘 동안만 청사를 비우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예 휴가를 반납할 처지에 놓인 장관도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방콕 휴가'를 보내며 각종 현안을 챙기고 있어 장관들 역시 휴가기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휴가를 떠나기에는 마음에 여유로움이 찾아들지 않는 것은…아마도 그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라며 휴가를 독려하기 위해 스스로 솔선수범했지만 편하지 않은 마음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의 복잡한 심경처럼 장관들의 휴가 역시 각각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경제 부처 장관들 중 가장 긴 휴가를 선택했다. 오는 8월4~8일 일주일 동안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신 위원장이 부인과 일정을 조율하지 못해 혼자 자택에서 휴가를 보내며 자택 인근 관악산에 매일 오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원들 몰래 출근해 업무를 보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민폐'라는 판단으로 올해는 아예 사무실에 오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관은 아니지만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신 위원장과 같은 기간 자택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8월4~6일 사흘 동안 휴가를 냈다. 취미인 자전거 타기 등으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노 위원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업무 협조기관도 휴가기간인데 책상 앞을 지키지 말고 재충전해 업무효율을 높이라"며 "다만 불요불급한 경우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8월6~8일 사흘 동안 휴가를 내고 자택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반면 2기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 휴가일정을 잡지 못했다. 취임한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은데다 챙겨야 할 현안이 많아 휴가를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최 경제부총리는 비서실 직원들에게 "본인 휴가에 구애 받지 말고 일주일씩 휴가를 가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와 관련해 딱 부러진 지시를 내리지 않아 비서실 직원들의 불만을 샀던 현오석 전 부총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최 경제부총리의 휴가 독려와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에는 분명한 온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장차관이 사실상 휴가를 가기 어려운 상황이고 1급 및 국장 인사도 코앞으로 다가와 자칫 휴가에 갔다 와 보면 책상이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무지시 강도가 남다르기로 유명한 주형환 제1차관이 청와대에서 본부로 돌아와 잔뜩 긴장하는 직원이 적지 않다.

휴가를 사실상 포기한 것은 최 경제부총리만이 아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올해는 휴가를 반납해야 할 형편이다. 때아닌 여름 구제역이 3년 만에 발생한 데 이어 진정 국면을 보이던 조류인플루엔자(AI)마저 재발해 방역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이 장관은 당초 8월4~6일 사흘 동안 휴가를 내고 고향인 경북 의성군에 있는 노모와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의성은 공교롭게도 올해 구제역이 최초로 발생한 곳이다.

휴가지로 '현장'을 택한 장관도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1일부터 8월4일까지 닷새 동안 울진·경주 등 동남권 원전을 직접 둘러볼 예정이다. 윤 장관은 지난해 8월 초 2박3일 동안 송전탑 논란이 불거진 경남 밀양시에서 휴가를 보내 사태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었다.

서일범·임세원·박홍용기자 squiz@sed.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