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대·위험 공존하는 최경환 표 '경제살리기'

한국일보 2014. 7. 2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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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경기부양책에 기반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 살리기' 청사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확정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은 1기 경제팀의 부진을 씻고, 경제의 활력을 되찾음으로써 실추된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승부수다. 핵심은 내년까지 40조원을 투입하는 등 재정ㆍ금융ㆍ세제를 총동원해 확실한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확장적 거시정책'을 유지하고, 핵심 규제를 과감하게 풀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 활성화를 위해 기업소득이 임금 등을 통해 가계로 더 많이 이전될 수 있도록 정책패키지를 가동키로 했다.

최경환 경제팀의 이례적인 총력 부양책은 특단의 전환점 없이는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 흑자'라는 사상 초유의 거시경제 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할 경우 성장과 물가, 수출과 내수, 가계와 기업 모두가 위축되는 '축소균형'에 빠진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최 부총리가 앞서 "자칫하다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도 있다"며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배경도 거기에 있다.

정책방향에 반영된 최 부총리의 '지도에 없는 길'은 우선 경기부양책의 전제다. 1기 경제팀은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확장적 재정 운용이 초래할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당분간 재정건전성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경제를 살려 세수가 늘면 이번 경기부양에 쓴 국가채무는 박근혜 정부 임기 전까지 갚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내총생산(GDO) 대비 3.9%에 불과하고, OECD 평균(111%)에 비해 1.7%와 33.8%로 적은 우리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도 확장적 재정 운용의 여지가 있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이번 정책방향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원활히 이전시키기 위한 정책패키지를 구상한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기업이 돈을 벌면 자연스레 그 돈이 가계로 흘러 든다는 '낙수효과'를 감안해 기업을 지원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뒀다. 그러나 기업이 돈을 쌓아두면서도 생산성 증가분만큼도 임금을 올리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야권에선 이미 안정적 경제성장을 위해선 기업소득의 가계 이전을 촉진하는 정책이 절실하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을 펴고 있다. 최 부총리가 이번에 가계소득 증대책으로 내놓은 '근로소득 증대 세제' 등 3대 세제패키지와 비정규직 처우개선책은 그런 사회적 요구를 순발력 있게 접목한 셈이다.

강력하고 일관된 메시지로 시장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최 부총리의 출발은 성공적이다. 하지만 미래형 산업을 일구지 못하는 경기부양책은 거품이 꺼지면 진짜 일본식 불황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가계소득 증대책 등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부양책이 나랏빚만 늘리고 '언 발에 오줌누기'에 그치지 않도록 꾸준히 내실을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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