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民營化 수순" "전체 병·의원의 2%뿐"

이지혜 기자 2014. 7.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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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이 자(子)법인을 세워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놓고 또다시 '의료민영화'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100만인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22일부터 닷새간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영리자회사 설립과 영리 목적의 부대사업 확대는 의료민영화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하면서 "영리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을 폐기하고 의료법 시행 규칙 개정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등 야당도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이 국민 의료비 부담을 늘리고 의료를 왜곡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의료법인은 전체 병·의원의 2%

지난해 12월 정부는 '4차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허용, 종합병원의 외국인 환자 비율 규제 완화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1일 '의료법 시행 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는 음식점·급식업, 편의점·안경·산후조리업 등에 한정돼 있었는데, 이를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여행업, 국제회의업과 종합체육시설, 목욕·수영장업, 건물 임대 등으로 확대했다. 부대사업을 위해 외부 투자를 받아 자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국내 전체 병·의원 6만577개 가운데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곳은 1203개로 약 2%"라며 "나머지 98%는 지금도 별 제한 없이 부대사업을 할 수 있고 자법인 설립도 가능하기 때문에 형평성을 위해 의료법인에도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급만 따져도 전체 병원 3422개 가운데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곳은 999개로 29%에 불과하다. 나머지 71%는 자법인 설립에 제한이 없어 서울대병원도 '헬스케넥트' 같은 자회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야당과 보건의료노조 등은 "여행, 국제회의, 목욕·수영장업과 건물 임대를 허용한 것은 영리 추구를 금지한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은 "의료법은 환자·종사자 등의 편의를 위한 부대사업을 시행 규칙으로 정할 수 있게 했고, 의료법인이 자법인을 만들 능력을 제한한 적이 없다"며 "의료법인이 자법인 운영에서 얻은 수익도 외부로 배당할 수 없고 의료법인에 남겨야 하기 때문에 영리 추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는 별 영향 없어

자법인을 통해 무제한 영리 추구형 사업이 가능하며, 수익을 빼돌릴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의견이다. 복지부는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추가 세금 부담 없이 자법인을 만들려면 '성실공익법인'이어야 하는데, 성실공익법인은 소득의 80% 이상을 공익목적사업(의료법인의 경우 의료)에 써야 한다"며 "이 밖에 공정거래법 등을 감안하면 자법인을 통해 의료법인이 수익을 빼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장도 "시행 규칙이 통과돼도 실제로 자법인을 세우는 곳은 해외 환자 유치에 적극적인 몇몇 의료법인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택 보건산업진흥원장은 "국내 의료기관의 90% 이상을 민간에서 운영하는데, 의료민영화·영리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최근 일본은 해외 환자 유치 등을 위해 의료 규제를 원스톱으로 풀고 있는데 우리는 엉뚱한 정치 논란에 발목 잡혀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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