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수십억 원격의료 시범사업 강행..왜?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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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
세월호 참사와 잇따른 사고로 국정 전반에 비상이 걸린 와중에도 정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오는 6월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
수십억의 예산이 들어가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그러나 아직 그 대상과 방식도 명확히 정해해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연내 법안 통과를 목표로 성급히 사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준비도 안됐는데 시범사업 강행…속내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격의료는 환자와 의사간의 대면 진료 대신 원거리 진료와 처방을 허용하는 것으로 올해 초 의사 파업 사태를 불러올 정도로 의료계의 반발이 컸다.
지난 3월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대규모 파업을 볼모로 한 벼랑끝 협상 끝에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관해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국회 입법과정에서 원격진료의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키로 한다"가 의정 합의문의 원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국정 전반에 비상이 걸린데다 시범사업을 주도하기로 한 대한의사협회의 내부 상황이 혼돈에 빠지면서 두달간 연기됐다.
이에 복지부는 더는 시범사업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 6월부터는 시범사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올해 11월 말을 목표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대상지역이나 대상질환, 의료기관수와 적용 방식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 복지부와 의협은 최근 두달간 8차례 공동실무작업반을 가동했지만 범위와 방식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상식적으로도 대상도 정하지 않았는데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무리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6월 강행 의사를 밝혔다.
복지부 손호준 원격의료추진단 기획팀장은 "꼭 환자들에게 적용하지 않아도 포괄적으로 시범사업은 시작될 수 있다"면서 "과거에도 한정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기계나 장치에 대해서 검증하는 것도 시범사업 과정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복지부가 6월 시범사업에 천착하는 것은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연내에 추진하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11월 말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곧바로 12월 국회에서 원격의료 도입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안은 국회에서 처리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왈가왈부하기는 어렵지만 연내에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고 말했다.
◈ 의협과 정부의 짬짬이? 국민들 목소리는 어디로…
문제는 원격의료에 대한 여론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시범사업을 주도할 의사협회는 노환규 전 회장이 대의원들에게 탄핵되면서 내홍에 휩싸인 상황이다. 갑작서러운 탄핵에 노 전 회장은 법원에 회장직 효력정지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으며, 다음주 쯤 결과가 통보될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노 전 회장이 복귀하느냐, 기각돼 6월 안에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느냐에 따라서 의협의 내부 상황은 달라진다.
의료계에서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기 때문에 노 전 회장이든, 새 집행부이든 이를 설득하고 방식을 조율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의사협회를 제외한 나머지 의료계 직군들과 환자들의 목소리는 무시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의사협회와 정부가 시범사업 대상과 방식을 정하고 평가까지도 관여하게 돼 있는데 정작 시민들의 목소리는 배제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협회를 제외한 다른 협회나 보건의료노조 등은 시범사업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원격의료 시범사업에는 수십억의 국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자측, 즉 일반 시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안전성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국민인데 모든 논의 과정에서 국민은 빠져있다"며 "의협과 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시범사업은 비민주적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의협과 정부가 담합해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행정독재의 연장선으로 보인다"면서 "최소한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시범사업에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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