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부 쿠데타 29일로 100일.. 쁘라윳의 '국가 장악' 노골화

윤승민 기자 입력 2014. 8. 27. 19:15 수정 2014. 8. 28.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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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승인 받은 임시 헌법군부에 초법적 권한 부여계엄령 유지 속 언론 통제

"첫 일주일 동안은 총을 둔 군인들이 거리에 가득 서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시위가 잦아들어 방콕 시내는 안정됐다." 태국 방콕에서 6년째 살고 있는 한국 교민 김모씨는 25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29일로 쿠데타 100일을 맞는 태국은 겉으로는 안정을 찾은 듯 보인다. 그러나 그사이 군부는 노골적으로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체제를 만들었다. 군부의 국가 장악은 쿠데타를 주도한 쁘라윳 찬오차가 25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으로부터 과도 총리로 승인받으며 공식화됐다.

■ 임시 헌법에 '의회'는 없다

지난달 22일 푸미폰 국왕은 군부 주도로 만든 임시 헌법을 승인했다. 임시 헌법에는 군부의 권력 장악 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군부의 통치기구인 국가평화질서위원회(NCPO)에 사실상 절대권력을 준 것이다. 임시 헌법 44조는 "이 위원회는 필요시 정부 권한을 중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도 총리와 각료 지명은 과도 의회 격인 국가입법회의(NLA)의 표결로 결정되는데, 국가입법회의 의원은 모두 군부가 지명했다. 국가입법회의는 21일 만장일치로 쁘라윳을 과도 총리에 선출, 군부의 '거수기'임을 증명했다. 국가개혁 자문기구인 '국가개혁위원회'와 '헌법입안위원회' 등도 모두 국가입법회의가 지명하기 때문에 쁘라윳을 견제할 기구는 없다.

국가입법회의 의원은 절반 이상이 이미 전·현직 군인들로 채워졌고, 다음달 출범할 과도 내각에도 이미 쁘라윳의 측근들이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쁘라윳이 과도 총리 겸 국방장관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더네이션 등은 전했다. 반면 기존 정당들은 향후 정국 구성에서 빠졌다. 군부는 임시 헌법에 "지난 3년간 정당활동을 했던 사람은 국가입법회의 의원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친탁신계 퓨어타이당, 반탁신계 민주당 등은 국가개혁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군부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 100일이 지나도록 계엄통치

군부는 쿠데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철저히 막고 있다. 반군부 활동가들이 체포되면서 게릴라 시위도 사라졌다. 지난 6월 반군부 망명조직이 출범하긴 했지만 어느 나라에 본부를 두고 있는지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군부의 탄압이 그 정도로 무섭기 때문이다. 쁘라윳은 과도 총리가 된 다음날인 26일 "계엄령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후속 조치는 없다. 주요 언론도 군부가 통제한다. 김홍구 부산외대 태국어과 교수는 "군부는 구체적인 정책도 없이 방송을 동원해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가 반대세력을 잡아다 고문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달 초 친탁신 '레드셔츠' 운동가 끄릿수다 쿤나센은 "지난 5월 군부에 붙잡힌 뒤 27일 동안 감금돼 고문당했다"고 증언했다. 끄릿수다는 6월 군부가 공개한 영상에서 "구금 기간 동안 무사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조작이었으며, 군부가 소환해간 정치·경제계 인사들도 가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엔이 앞서 태국에 인권침해 조사를 요구했으나 군부는 거부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수나이 파숙은 "지금 군부는 2006년 쿠데타 때보다 더 조직적으로 정권 비판을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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