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전면에 나선 태국軍.. 사실상 '쿠데타'
태국 군부가 20일 계엄령을 선포한 뒤 "쿠데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친(親)친나왓 지지자 및 태국 시민들은 '과도정부의 승인 없는 계엄령은 사실상 쿠데타'라고 비난,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아직까지 니와툼롱 분송파이산 과도정부 총리대행은 계엄령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다. 과도정부에서 이번 계엄령을 공동 승인하지 않을 경우 군부 개입에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레드셔츠 측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며, 군부와 충돌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BBC는 과도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태국 군부는 계엄령 발표 시 정부에 사전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옐로셔츠 측은 이전부터 군부의 쿠데타를 촉구한다고 밝히며 오는 7월 20일로 예정된 선거 반대와 과도정부 퇴진을 요구해 왔다. 옐로셔츠 측은 사실상 과도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태국 의회는 현재 상원만 있고 하원이 없기 때문에 반(反)친나왓 지지 세력에 해당하는 군부와 상원, 옐로셔츠가 공동으로 행동에 나설 경우 쿠데타 혹은 쿠데타에 준하는 내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레드셔츠와 옐로셔츠 시위대는 모두 군부의 움직임을 신중하게 바라보며 다음 행동을 결정할 예정이다. 두 시위대 모두 당초 예정돼 있던 시가 행진을 취소하고 태국 군부와 과도정부의 입장 정리 및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부의 칼날은 레드셔츠를 향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20일 레드셔츠 관계자와 AFP통신 등은 무장한 군인들이 레드셔츠 시위대 근처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으며, 방콕 중심가에서 레드셔츠 집회장 쪽으로 가는 길이 차단되고 있다고 밝혔다. 방콕에서 출발해 레드셔츠의 운동 본거지인 북동부 지방으로 연결되는 철도도 운행 정지됐다고 태국 언론인들은 전했다. 일부 레드셔츠 지지자들은 군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귀가를 시도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과도정부 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계엄령에 공동 승인하지 않으면 군부가 치안 유지를 명분으로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공동 승인하게 되면 군부가 과도정부 지지층인 레드셔츠를 압박하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최선의 방책은 옐로셔츠와 레드셔츠가 대화를 시작해 공동의 합의안을 구축하는 것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어려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방송 및 언론이 군부 통제에 따르고 있는 만큼, 태국 언론인들과 외신 특파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지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조너선 헤드 BBC 특파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계엄령은 100년 전 의회에 맞서기 위해 제정된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 법적 정당성도 없다"며 "최소한 군부의 계엄령 선포는 '절반의 쿠데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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