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철도파업때 '직위해제·해고는 위법' 판결났는데 또.."

2013. 12. 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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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4년차 기관사 이기담씨 '수난'

대화 단절한 채 직위해제 통보"징계위 절차 안거친 부당 징계수당 못받고 인사평가 불이익"1994년 파업으로 해고됐지만노사정위 대화 통해 2003년 복직2009년때 직위해제·해임 부당판결"지금은 노조를 주적으로 간주노조법·법치라는 말들 무색해져"

'민영화 반대 파업' 7일째인 15일까지 코레일은 8565명의 철도노조원들을 직위해제하고, 190여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역대 파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24년차 기관사 이기담(53·사진)씨도 직위해제자 가운데 한명이다.

이씨는 한국의 오지를 관통하는 태백·중앙선을 운행한다. 굽이굽이 두 가락 철로 너머가 눈에 훤하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만은 무장 더 예상을 벗어났다.

"1994년 파업으로 해고되고 10년 뒤인 2003년 복직했습니다. 그 기간에도 철도발전 방안, 해고자 문제 등에 대한 정부와 노조(전국철도노조), 또는 시민단체나 노사정위를 통한 소통이 꾸준히 있었어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대화 자체가 단절됐습니다. 우릴 인정을 안 하는 겁니다."

정부 대응은 한층 강화돼왔다. 2003년 파업 때 510명(해고 130명 등)이 징계받은 데 이어,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 파업 때 946명 직위해제, 199명 업무방해 고소, 169명 해고가 이뤄졌고, 박근혜 정부 원년인 2013년 파업으로 지금까지 8565명 직위해제, 190명 이상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됐다.

이씨는 2009년 11월 제천기관차승무지부 비대위원장으로 파업에 참여했다. 바로 직위해제됐고 이듬해 1월 두번째 해고를 당했다. 소송이 시작됐다. 직위해제와 해고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확정받았다. 업무방해 무죄 판결도 받았으나 검찰이 항소해 다투는 중이다. 이씨는 "법원은 모두 부당하거나 혐의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회사가 더 많은 동료들에게 같은 방식을 반복한다. 조합을 무력화하려고 법은 아랑곳하지 않는, 비상식적 처사 아닌가"라고 물었다.

법리가 명료하다. 사법부는 2009년 파업에 참가한 이씨와 함께 전국 각 지부 조합원 40여명에게도 업무방해 혐의 무죄를 선고했다. "노조법상 예정하는 절차를 거친 통상의 쟁의행위로 소극적 근로제공의 거부만 있었을 뿐이다. 쟁의 목적에 경영권 관련 사항이 포함될지라도 공사는 쟁의행위를 예견할 수 있었고, 손해가 나더라도 쟁의행위가 전격 이뤄져 대처할 수 없어 생긴 손해는 아니다"(대전지법 형사3부, 2012년 11월)라는 취지다. 이번 쟁의 과정과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 서울행정법원도 2009년 파업 뒤 부당직위해제 심판취소 소송에서 이씨 등의 손을 들어주며 "파업을 저지하고 업무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직위해제 처분은 위법하다"고 했다.

이씨는 직위해제가 '징계'라고 말한다. 회사는 대규모 직위해제에 대해 "대기발령"이며 "해고가 아니다"라는 점만 강조한다. 그러나 코레일 사규상 직위해제가 석달 안에 철회되지 않은 직원은 면직처분 대상이 된다. 직위해제 직원은 기본급을 제외한 각종 수당을 못 받고, 그 기간이 인사 평가에서도 제외돼 승진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이씨는 "기관사는 무사고 경력을 명예롭게 여긴다. 직위해제가 되면 해제일로부터 수개월간의 무사고 경력도 삭감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징계위 절차를 정식으로 거치지도 않은 부당징계를 회사가 남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씨는 1994년 전국기관차협의회 파업으로 해고됐다가 2003년 노무현 정부 들어 복직했다. 대법원에서 불법파업으로 인정돼 해고가 불가피했음에도,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대화 등을 통해 철도파업 해고자들이 대거 구제된 결과다. 정권이 바뀌며 재해고, 직위해제됐다가 법원에서 구제받았지만 다시금 직위해제 신세다. 노조에선 향후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대규모 해임·파면 등의 중징계 절차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9년 해고 뒤 2년 반 만인 2012년 6월 재복직한 이씨는 그 시절 세 자녀의 대학생활을 손놓고 바라만 봐야 했다. "저야 각오를 했지만 가족들은 걱정도 많이 하고 눈치 보고 위축됩니다. 2010년 두 아이, 2011년 셋이 대학생이었어요. 회사 학자금 대출도 받을 수 없어서 아이들 스스로 순번을 정해 휴학하더군요."

이씨가 이어 말했다. "지금 정권은 노조를 주적으로 간주합니다. 상식적 노사관계, 노조법, 법치라는 말들이 무색합니다. 판결을 받아도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니 신뢰가 쌓일 수 있겠습니까."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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