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4명의 진실게임

2013. 12. 2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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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이슈추적]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10년 논란

'철도 민영화'는 오래된 논란거리다.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4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매듭짓지 못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4·20 노·정 합의'

'철도 민영화'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 광풍이 몰아치던 2000년이다. 철도청이 건설교통부 산하기관으로 있던 시절부터 철도 적자는 늘 문제가 됐다. 당시 정부는 철도사업을 분리하고자, 2001년 2월 '철도산업구조개혁기본법'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 법안에는 철도청과 고속철도공단을 통폐합한 뒤 시설 부문과 운영 부문을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철도 시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맡고, 운영 사업은 민영화한 철도운영회사인 '한국철도주식회사'에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한국철도주식회사의 지분은 정부가 우선 전액 출자하되, 단계적으로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전 사회적으로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철도노조는 민영화 방침에 강하게 저항했다. 갈등은 노무현 정부로 넘어왔다. 2003년 4월20일, 노무현 정부는 철도노조의 반대에 부닥치자 민영화 대신 공사화를 선택한다. 이른바 '4·20 노·정 합의'다. 이날 합의문에는 "철도의 공공성을 감안해 기존 민영화 방안은 철회하고 대안을 모색한다"와 "앞으로 철도개혁은 철도노조 등 이해 당사자의 충분한 논의와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한다"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2005년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출범하면서 철도 구조 개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철도 운영은 코레일이, 철도청의 시설 부문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맡았다. 그렇게 봉합됐던 철도 민영화 논란에 다시 불씨를 지핀 건 이명박 정부였다. 국토해양부는 2011년 12월2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15년 개통하는 KTX 수도권 고속철도(수서~평택) 구간과 이를 활용한 노선인 경부·호남 고속철 노선(수서~부산, 수서~목포) 운영권을 민간사업자한테 주는 '고속철 경쟁체제 도입 계획'을 공개했다. 코레일과 민간사업자가 경쟁입찰을 진행해 철도 운행권을 따서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급히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려던 정부의 시도는 또다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정부는 사업 추진 일정을 늦추면서도 민영화 방침은 철회하지 않았다.

자회사 지분 개방, 논란 촉발

KTX 민영화 논란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슈였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민영화는 없다"고 밝힌 적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민간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지난 11월26일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밝혔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안은 코레일 자회사를 설립해 이 업체에 수서발 KTX 운영을 맡기는 것이다. 자회사는 코레일이 경영하지만, 연기금 등 공적자금 등에 지분을 개방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2014년부터 코레일에 여객 운송 기능만 남기고 물류·차량·정비 등은 2017년부터 부문별 자회사로 분리하되, 일부 적자 노선은 민간사업자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현재 민영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지점은 바로 자회사 지분 개방이다. 정부는 지분을 개방하되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철도노조와 야당 등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민영화 방침의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시장 개방"이라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진실게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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