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군의 이란 민항기 격추사건 아시나요?

박희준 2014. 7.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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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더' 러시아 비난 전에 미군의 이란 민항기 격추 상기 촉구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우크라이나에서 말레이시아 민간항공기 MH 17이 격추된 이후 비난의 화살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로 돌려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미국도 과거 이란 민항기를 격추시키고 이를 엄폐하려 한 적이 있다고 미국의 온라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23일 꼬집었다.

이에 따르면 이란 항공 655편은 1988년 7월3일 미 해군의 이지스 순양함 빈센스함에 의해 격추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사건은 25년 뒤 새까맣게 잊혔지만 말레이시아 항공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사상자를 낸 항공사고이며 미국 국방부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치욕스런 일로 기록되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두 사건은 여러 모로 닮았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항공의 보잉777은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접경의 내전 지역으로 들어갔다. 이란의 에어버스 300은 '유조선 전쟁' 와중의 호르무즈 해협 내 해군 교전지역으로 들어갔다.

친러 반군은 우크라이나 군수송기를 격추했다고 생각했고 미 해군의 윌 로저스 3세 대령은 에어버스를 당시 이란의 전투기인 F-14 톰캣으로 간주했다. 러시아제 SA-11 시대공 미사일은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시켜 어린이 80명을 포함해 298명을 숨지게 했다. 미군의 SM-2 함대공 미사일은 66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290명을 숨지게 했다.

지난주 비극적인 사건 발생 후 러시아 관리들은 자신들의 과실을 엄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난했다. 미군 관리들은 1988년 사건 후 거짓말을 하고 이란 파일럿을 비난했다. 미국 정부는 8년이 지나서야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보상했지만 '사과'가 아니라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사건 발생 근 7주 후인 1988년 8월19일에 미국 국방부는 53쪽의 사건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미군 고위 관리들이 온갖 비난을 이란 파일럿에게 돌리기 위해 인용한 사실과 격추에 대한 초기의 상세한 설명들이 모두 틀렸음을 보여줬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꼬집었다.

일례로 당시 합참의장인 윌리엄 크로우 제독은 7월3일 사건관련 첫 기자회견에서 이란 비행기가 9000피트 상공에서 비행하면서 450노트의 고속으로 빈센스함을 향해 직진 하강하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미 중부 사령부의 윌리엄 포가티 소장이 작성한 8월19일 보고서는 함정의 전투정보센터에서 입수한 컴퓨터 테이프를 근거로 이란 여객기가 1만2000피트에서 380노트의 훨씬 느린 속도로 상승 중이었으며, 한 번도 고도를 낮추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또 크로우 제독은 이란 여객기가 미리 정해진 상용 항공로를 벗어나 비행하고 있었다고 말했지만 보고서는 기존 항공로 내에서 비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크로우제독 등은 1988년에는 빈센스함이 공해상에 있었다고 했지만 4년 뒤인 1992년 ABC방송에 출연해서는 빈센스함이 이란 영해 안에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보고서는 빈센스 함장과 다른 모든 사관들이 적절하게 조치했다고 결론짓고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강조했다.

이란은 사건 직후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 미국의 범죄행위에 대해 견책할 것을 요청했지만 당시 대통령 후보에 나선 조지 부시 부통령은 선거유세에서 "결코 사과하지 않을 것이며 사실이 뭐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뿐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1996년에서야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이란 정부에 1억3180만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했고 이 가운데 6180만달러가 유가족들에게 지급됐다. 이란은 그 대가로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미국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는 데 합의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빈센스함 사건에서 배울 교훈은 교전지역과 일상이 교차하는 지역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마련인 만큼 이를 피하는 방안은 고삐를 단단히 죄는 것이며, 그보다는 과오를 인정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레이던이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재빨리 인정하고 희생자들에게 보상했더라면 중동 분쟁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더 좋은 이미지를 갖고 나왔을 터이며 푸틴도 지금 그렇게 한다면 러시아는 더 잘한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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