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제네바 합의 이행에 회의론 확산(종합)
당사자들 서로 상대방에 우선적 합의 이행 요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한 제네바 4자 국제회담에서 참가국들이 긴장완화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지만 당사자들이 서로 상대 측의 우선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면서 합의 자체가 무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네츠크 자치공화국'을 선포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도네츠크의 민병대는 18일(현지시간) 중앙정부가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한 민병대 지도자는 "그들(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은 도네츠크주(州)에서 군대를 철수시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 측의 양보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청 점거는 키예프와 서부 도시들에서 (기존 야권 세력이) 먼저 시작했으며 우리는 이같은 행동에 대한 대응으로 (동부 도시들의) 관청을 점거한 것"이라며 "점거 해제도 같은 순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타협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중앙정부는 '프라비 섹토르'(극우민족주의 단체) 등의 불법 조직을 해산해야 한다"며 "그 이후에야 우리도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민병대 지도자는 "중앙정부 자체가 불법 조직"이라면서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대통령 행정실과 의회 건물 등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법적 관청 점거 해제는 하루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4자회담의 주요 합의 사항 가운데 하나다.
한편 수백명의 시위대는 제네바 합의 이튿날인 이날에도 여전히 분리주의 민병대가 점거중인 도네츠크의 주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분리주의 민병대가 먼저 관청에서 철수하고 러시아도 이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전날 제네바 회담이 끝난 뒤 "러시아는 민심 교란을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파견한 유격-정보 요원들을 철수시키고 '테러리스트'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동부 지역 도시 관청을 점거하는 친러 분리주의 민병대를 '극단주의자와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즉각 해산하라고 요구했다.
안드레이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제네바 합의에도 불구하고 대테러작전을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배치된 군대는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 머무는 것인 만큼 철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 지역 민병대의 무장해제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시위 진압을 위해 현지에 파견한 군대를 철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네바 회담에 참가했던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럽연합(EU), 미국 대표들이 폭력과 도발 자제, 관청 및 거리에 대한 불법 점거 해제 등의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하기로 했지만 누가 먼저 합의를 이행할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 주요 야당인 '정의 러시아당' 부당수 미하일 예멜리야노프는 18일 이번 합의에 구체적 이행 계획이 빠졌다며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그는 "제네바 합의는 이행 계획을 결여하고 있으며 합의 당사자들의 이행 의지도 부족하다"며 "우크라이나는 이미 자국 군대를 동남부 지역에 그대로 주둔시킬 것이라고 밝혔고 미국은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합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민병대가 먼저 무장을 해제하고 러시아도 이 지역에 대한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중앙정부와 서부 지역, '프라비 섹토르'(극우민족주의단체) 등은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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