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내전 위기" 경고한 푸틴 '통제된 혼란' 노린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 도네츠크에서 친러시아 무장세력과 첫 교전을 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급격한 사태 악화'라며 우크라이나가 "내전 위기에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이 경고한 내전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정치적 혼란을 지속시켜 러시아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시나리오의 일부일 수 있다. 슈피겔은 15일 러시아 신문 베도모스티를 인용해 푸틴이 원하는 것은 침공이 아니라 '통제된 혼란'으로, 우크라이나를 연방제로 바꾼 뒤 궁극적으로 동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관세동맹에 가입시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콘스탄틴 칼라체프 정치전문가그룹 소장은 "러시아는 친러 무장세력에 무기와 병참, 정치적 지지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자신의 역할을 제한할 것"이라며 동부 지역 불안정을 지속시켜 "혁명과 민주주의, 다당제, 친유럽의 길을 택한 것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걸 선전하면서 동시에 이 지역을 러시아의 경제적·정치적 영향권 아래 묶어두는 도구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겉으로 보이는 혼란상과는 반대로 여론이 분리독립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직접 개입보다 내전으로 유도하는 쪽이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도네츠크 사회조사연구소가 지역 주민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러시아와의 합병에 찬성하는 비율은 18.2%에 지나지 않았다.
러시아가 다방면에서 분리주의 운동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리코프의 헨나디 케르네스 시장에게 분리주의 운동의 핵심 역할을 맡기려 했으나 그는 "기껏해야 주민의 10%가 러시아와의 합병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지난 2월 이를 논의하는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슈피겔에 전했다.
도네츠크의 친러 무장세력인 '돈바스 민병대'는 푸틴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사상가 알렉산데르 두긴의 '유라시안청년연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두긴은 지난 3월 말 러시아 지원을 약속하면서 자경단을 만들고 돈바스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요구하라고 조언했다. 군 개입설도 나온다. 비탈리 야레마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는 러시아의 제45공군여단을 포함한 러시아군 300명 이상이 도네츠크 지역에 잠입해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이 크라마토르스크 비행장을 장악하고 있는 친러 민병대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4명의 민병대원이 부상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이 16일 보도했다.
<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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