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국 요동..대통령·의회 '이중권력' 출현(종합2보)
의회 "유일 합법 권력" 주장하며 대통령 사퇴·조기대선 선포
야누코비치 대통령 "국가 전복 쿠데타…사퇴 않을 것" 반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주요 야당 지도자들이 정국위기 타협안에 합의한 지 하루만인 22일(현지시간) 야당이 주도하는 최고 라다(의회)가 유일 합법 권력 기구를 자임하고 나서면서 야누코비치 대통령 퇴진과 5월 조기 대선을 선언했다.
하루 전 수도 키예프를 떠나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동부 도시 하리코프로 날아간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회의 권력 장악 시도를 국가 전복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과 의회가 서로 합법 권력 기구를 자처하는 '이중권력' 현상이 나타나면서 우크라이나 정국 위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직권 남용죄로 수감생활을 해오던 최대 야권 지도자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가 의회 결의로 교도소에서 풀려나 조기대선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정국 혼란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수도 키예프 시내 대통령 행정실과 교외 대통령 관저 등을 장악한 야권 시위대는 자신들이 키예프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야권이 하루 전 정부와 체결한 타협안을 무시하고 정권 찬탈을 시도하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이 야권에 합의 준수 압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주요 야당 지도자들은 하루 전 야권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 충돌로 70여명(공식 집계)이 사망한 사흘간의 유혈 사태 뒤 조기 대선과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 거국 내각 구성 등의 내용을 담은 타협안에 서명했었다.
◇ 의회 "대통령 사퇴, 5월 조기 대선" 선언…대통령 반발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최고 라다(의회)는 이날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자진 사퇴했다고 밝히면서 5월 25일을 조기 대선일로 정한다는 결의를 발표했다.
앞서 이날 새 의회 의장에 선출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는 총회 회의 뒤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의회가 조기 대선을 선포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의 결의를 낭독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야권의 정권 장악 시도를 국가 전복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여당인 '지역당' 의원으로 대통령 고문을 맡고 있는 안나 게르만은 이날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사퇴할 의사가 없다면서 대통령은 야권의 정권 장악 시도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날 동부 도시 하리코프에서 한 자국 경제 전문 TV 방송 'UBR'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지켜본 일들은 쿠데타의 전형"이라며 "조국의 분열과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 야누코비치, 지지기반 동부도시로 이동…"러시아 입국 시도 실패"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하루 전인 21일 저녁 키예프를 떠나 하리코프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당초 22일 하리코프에서 열린 동남부 지역 지방의회 연합 대회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누코비치는 하루 전 야권과 유혈사태 타개를 위한 타협안에 서명한 뒤 행방이 묘연했으며 일부 서방 외신은 그가 도주했다고 보도했다.
투르치노프 의회 의장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이날 러시아로 출국하려다 국경수비대에 저지당했다고 전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투르치노프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로 가는 비행기에 타려 했으나 국경수비대가 그를 저지했다"면서 "대통령이 현재 (동부) 도네츠크주 어딘가에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투르치노프는 또 빅토르 프숀카 전 검찰총장과 알렉산드르 클리멘코 전 세무청장도 역시 이날 도네츠크주의 국경을 통해 러시아로 넘어가려다 저지당했다고 설명했다. 국경수비대가 이들을 체포하려했으나 경호원들이 총격을 가해 실패했다고 투르치노프는 덧붙였다.
국경수비대는 또 동부 하리코프 주지사 미하일 도브킨과 하리코프 시장 겐나디 케르네스가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고 확인했다. 국경수비대는 이날 저녁 "도브킨과 케르네스가 우크라이나를 떠났음을 확인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수비대는 주지사와 시장이 어디로 출국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내무부 장관 직무 대행 아바코프는 두 사람이 하리코프주의 '고프토프카' 세관을 통해 러시아로 떠났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공보실은 그러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하리코프 방문에 이어 동남부 지역을 차례로 찾을 계획이라며 투르치노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 최대 야권 지도자 티모셴코 석방…"5월 조기대선 출마" 선언
우크라이나 최대 야권 지도자인 티모셴코(53) 전 총리가 22일 복역 중이던 동부 지역 교도소에서 풀려나면서 요동치는 우크라이나 폭풍 정국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총리 재직중 저지른 직권 남용죄로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하리코프의 여성 전용 교도소에서 복역해온 티모셴코는 이날 야당이 장악한 최고 라다(의회)의 석방 결의에 따라 수감 2년 6개월 만에 풀려났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티모셴코는 이날 지병인 척추 디스크 치료차 머물던 하리코프 교도소 산하 '우크르잘리즈니치' 병원에서 석방됐다.
티모셴코는 석방 뒤 키예프로 올라가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5월 조기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004년 말 우크라이나의 민주시민혁명인 오렌지 혁명을 주도해 '오렌지 공주'란 별명을 얻은 티모셴코는 혁명 이후 들어선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 정권에서 두 차례나 총리를 지냈다.
두번째 총리직에 있던 2010년 초 대선에 야당 후보로 출마한 그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현 대통령과 2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3% 대의 근소한 표차로 뒤지면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후 야누코비치 정권의 탄압을 받아 총리 재직 시절인 2009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10년간 가스 수입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 러시아 측에 유리한 계약이 체결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다 2011년 10월 징역 7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해 왔다.
◇ 의회, 야당 출신 새 의장 선출…"유일 합법 권력" 선언
이날 의회는 총회를 열어 여당인 '지역당' 소속의 블라디미르 리박 의장이 하루 전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고 새 의장에 최대 야당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소속 의원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를 선출했다. 리박 의장은 하루 전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투르치노프는 바티키프쉬나의 부당수로 티모셴코 전 총리의 오른팔로 불리는 주요 야권 인사다.
투르치노프는 의장에 선출된 뒤 "국가 권력의 중심은 여기(의회)에 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통제해야 한다"면서 "오늘 '2004년 헌법' 복원 결정이 내려지는 대로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연립내각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2004년 헌법은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의회에 대폭 분할하는 이원집정부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의회는 이날 총회에서 2004년 헌법 복원 결의안을 채택했다.
또 다른 야당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당수 비탈리 클리치코도 이날 의회 연설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 사퇴 촉구 결의안 채택을 제안하면서 "현재 의회가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합법적 권력 기구"라고 주장했다. 클리치코는 다른 야당 지도자들과 함께 하루 전 대통령과의 정국 위기 타협안에 서명했었다.
하지만 이날 동부 지역에서 열린 지방 의회 연합 대회에 참가한 친정부 성향 의원들은 최고 라다의 권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해 충돌이 예상된다.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또 다른 야당인 '스보보다'(자유당) 소속 의회 부의장 루슬란 코슈린스키는 여당인 '지역당' 의원들의 탈당이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205명의 지역당 의원 가운데 41명이 탈당했다고 전했다.
◇ 야권 시위대 "키예프 시내 통제, 대통령 행정실도 장악"
한편 키예프 시내에선 야권 시위대가 주요 관청을 장악하고 질서 유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시위대는 이날 시내 그루셰프스키 거리의 대통령 행정실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키예프 외곽의 야누코비치 대통령 관저도 야권의 통제로 들어갔다. 현지 언론은 관저를 시위대 자경단과 대통령 행정실 소속 직원 몇 명이 함께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경비원들은 언론이 자유롭게 관저로 들어가 취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들도 관저를 구경하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으나 아직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하루 전 하리코프로 출발하기에 앞서 대통령 행정실과 관저의 귀중품을 모두 안전한 곳으로 옮기도록 지시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루셰프스키 거리의 정부 청사 주변에서도 시위대 자경단과 경찰이 함께 경비를 서고 있다. 의회 건물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지키고 있으며 자경단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야권 시위대의 본거지인 '독립광장'에도 수천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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