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지구촌에 부는 '비트코인' 열풍..'제3의 화폐'될까

2013. 12. 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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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년간 공고했던 정부 통제 화폐제도에 '비트코인'이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생소하지만 지난 4월에 비트코인 총 시장가치는 25억달러를 돌파했고 미 경제잡지인 포브스는 비트코인만 사용해 샌프란시스코에서 1주일 동안 생활하는 체험기를 싣기도 했다.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파장을 우려한 미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는 규제에 나서는 분위기다. 정부 규제는 비트코인과 같은 사이버 화폐의 시장 자체를 냉각시킬 수 있지만 반대로 비트코인을 양성화시켜 시장이 더 확대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화폐로 환영하기도 하고, 과거 튤립 투기 열풍에 비견될 정도로 상당 부분 버블이라고 우려도 한다.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전자화폐

최근 비트코인이 화제다. 비트코인은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전자화폐로 2009년에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개발했다. 중앙은행이 통화를 발권하는 기존 화폐체계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이상적인 화폐를 구현하고자 비트코인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은 전통적인 화폐와 다르게 은행이나 중앙 금융기관에 의해 유통·관리되지 않고 세계 각국에서 교환자 간 직접거래에 의해 유통된다.

기본 화폐단위는 1비트코인(BTC)이다. 소수점 이하 8째 자리인 0.00000001BTC가 최소 단위로 '1사토시'로 통칭한다. 화폐 발행은 처음 개발 됐을 때부터 2140년까지 총 2100만BTC만 발행되고 발행량은 기간별로 4년마다 이전 대비 절반씩 줄도록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050만BTC, 2013~2016년까지 525만BTC, 2017~2020년까지 262만5000BTC가 발행되는 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행량이 줄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희소성은 높아지게 돼 있다.

#환전 필요 없어 사용 확대

비트코인은 공식사이트(http://bitcoin.org)에서 자신의 운용체계(OS)에 맞는 '비트코인 지갑'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실행하면 은행 계좌와 비슷한 자신의 주소가 생기고 이 주소를 통해 모든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거래 범위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전 세계 수만여개 가맹점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또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면 달러, 엔, 위안 등 국가별 다른 화폐로 바꿀 필요가 없다. 복잡환 환율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 체계를 흔들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강점으로 거래 수수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송금이나 지불·결제 때 최저 0.0005BTC(약 60원) 이상을 자율적으로 내면 그만이다. 세계은행이 조사한 세계 이주자 송금 시장은 연간 570조원 규모로 일반 금융회사 해외 송금 수수료는 평균 12~25%에 달한다. 이때 높은 수수료가 발생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비트코인은 이런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세계 어디든지 인터넷만 연결되면 신속하게 처리하고 수수료도 미미한 수준이다. 또 비트코인 가치가 저평가 됐을 때 사들였다가 고평가 됐을 때 되파는 식으로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단순 호기심 vs 이상적 화폐

향후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은 기존 화폐 체계를 위협할 새로운 전자화폐로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자체적 한계로 결국 소멸될 것이라는 '회의론'으로 양분된다. 낙관론은 기존화폐가 지닌 발행·유통·관리의 문제점을 해결할 가장 이상적인 화폐로서 현행 화폐와 금융 시스템에 타격을 줄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중앙은행에 대한 반감과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돼 비트코인과 유사한 Namecoin, Litecoin, PPcoin 등 다양한 형태의 전자화폐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 열풍은 새 화폐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버블일 뿐 기술적 문제와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로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최근 타인의 비트코인 전자지갑을 탈취하기 위한 악성코드인 '봇넷'이 증가하고 있고 전자화폐 환전소에 대한 해킹 공격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거래는 익명성으로 인해 자금 세탁과 과세 회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강력한 규제를 가할 방침이다. 미국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유통업체 감독 강화와 함께 허가제 등 구체적 규제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영국도 국세청이 감독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을 검토 중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비트코인과 이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화폐 발행의 권한을 남용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받아줄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평가와 전망이 상반되고 있으나 비트코인이 유례 없는 주목을 받는 가상화폐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받는 가게 첫 등장

국내에서 현금 대신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받는 가맹점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미국 중국 키프로스 등 외국에서는 이미 비트코인을 받는 업체가 수만 곳에 달하지만 한국에선 단순 투자 목적으로 사용할 뿐 현물거래에서 쓰이지 않았다.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이 사용된 곳은 인천 파리바게뜨 지점이다. 비트코인이 현찰처럼 처음 사용된 가맹점의 등장으로 이제 한국에서도 비트코인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은 12월 초부터 현금 대신 비트코인으로 물건 값을 낼 수 있게 했다. 매장에는 비트코인 사용처라는 표지를 붙였고 자체적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돕는 전용 태블릿PC 애플리케이션도 제작했다.

비트코인 결제 과정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제과점에서 1000원짜리 치즈케이크를 하나 구매했다. 매장에서 운영하는 결제 보조 앱에 원화 가격 1000원을 입력하니 세계 최대 비트코인 시장인 일본 마운틴곡스 거래소의 실시간 환율이 적용돼 0.0008BTC(비트코인 단위)가 표시됐다. 코인베이스라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앞서 다른 사용자로부터 구입한 0.0008BTC를 가맹점장의 스마트폰으로 이체했다. 비트코인은 한국거래소인 코빗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결제가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초. 현금 대신 비트코인으로 결제한다는 것 외에는 포인트 적립이나 영수증 발행 등 모든 결제 과정은 같았다. 가맹점의 점장은 "받은 비트코인의 원화 가치만큼 단말기에 입력하고 현금 영수증을 발행하면 세금도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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