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李 떠난 뒤 달라진 KB 풍경 "숨통 트였다"

이장현 2014. 9. 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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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회의 활발..영업현장서도 성과내기식 '이건호표 스토리금융' 중압감 줄어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전임 회장과 행장 사퇴가 안타깝지만 내부인사만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영회의는 전보다 활기찹니다."

'태풍의 눈' 속에서 KB가 잠시 평온함을 찾고 있다.

30일 KB금융 관계자들에 따르면 KB금융 계열사들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어느 때보다 경영현안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금감원의 중징계 확정 이후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이 미련 없이 KB를 떠나고 임영록 전 회장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정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본안소송을 모두 취하하겠다며 완전히 물러나면서 토대가 마련됐다. 갈등의 두 축이 모두 자리를 떠나면서 눈치를 상대적으로 덜 보며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토론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매주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4개월 간의 'KB사태'로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다잡는 데 힘쓰고 있다. 각각 윤웅원 회장 직무대행(부사장)과 박지우 은행장 직무대행(부행장)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고, 비상경영회의에서는 매주 정기적으로 여는 전체회의와 별개로 소위원회를 수시로 소집해 경영 사안을 챙기고 있다. 임원급 이상 간부들이 모여 사실상의 집단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급박하지만 분위기는 자유롭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이 물러나며 KB임원들이 줄 대는 것 없고 내 편 네 편 없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그동안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을 둘러싼 다툼으로 현안에 대해선 솔직하게 말도 못하는 분위기였는데 수장이 공석이니 오히려 숨통이 트인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렇듯 자유로운 분위기는 일선 영업현장에까지 퍼지고 있다.

요즘 국민은행 창구에선 직원들을 압박하던 '스토리금융' 성과내기의 부담이 줄었다는 반응이다. 이건호 전 행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하며 꺼내든 '스토리금융'은 은행 직원이 고객의 라이프 사이클을 정밀 분석해 세분화된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개념으로, 사실상 전 직원의 프라이빗뱅커(PB)화를 선언한 것이었다. 이 전 행장은 직원 1인당 20∼30명의 고객을 전담 관리하도록 하고 성과를 인사고과에도 반영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직원들은 최근 이건호표 스토리금융을 총괄하던 박영태 상무가 IT본부장을 겸직하면서 스토리금융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을 조심스레 하고 있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스토리금융은 전부터 강조하던 고객 친밀형 영업을 체계화한 것으로 취지에는 모두 동감하고 있다"면서도 "그동안 고객에 의무적으로 전화를 돌리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됐고 업무부담도 과도해 불만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전 행장이 국민은행을 떠나면서 직원들의 '스토리금융' 중압감도 한층 덜었다. 그동안 행장이나 회장이 바뀌면 전임자 흔적 지우기부터 나선 관례를 보면 스토리금융도 폐기될 운명에 처한 것이나 다름없다. 성낙조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장은 "누가 오더라도 독창적인 성과를 내려고 직원을 닦달하지 말고 경영의 연속성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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