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관료 출신10명중 7명..'경영' 모르는 금융지주 이사회

김진형 기자 2014. 9. 22.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전수 조사하니 절반이 '교수'..책임 방기하는 이사회

[머니투데이 김진형기자][국내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전수 조사하니 절반이 '교수'…책임 방기하는 이사회]

#정문술 전 미래산업 대표, 차석용 해태제과 대표(현 LG생활건강 부회장),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 김선진 유한화학공업 회장(유한양행 전 사장), 박은주 김영사 대표, 서경배 태평양 대표(현 아모레퍼시픽 회장), 남승우 풀무원 대표, 윤경희 ING 한국 대표(현 맥쿼리증권 회장).

2003년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의 면면이다. 당시 국민은행 이사회는 사외이사 12명과 사내이사 4명 등 16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12명의 사외이사 중 경영인 출신이 8명이었다.

2008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KB금융지주의 현 이사회는 어떨까. 총 10명의 이사 중 사내이사는 임영록 전 회장 뿐이고 9명이 사외이사다. 사외이사 중 경영인 출신은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 회장 뿐이다. 6명이 현직 교수다. 그것도 대부분 경영학 교수들이다.

하지만 이는 KB금융 이사회의 모습만은 아니다.

◇'교수님들의 이사회'= 21일 머니투데이가 국내 금융지주회사 이사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기이사는 총 83명(반기보고서 기준)이다. 이중 사외이사는 62명으로 75%다. 이사회의 과반수 이사를 사외이사로 구성토록 한 규정 때문이다.

사외이사를 현직 및 출신별로 분류한 결과 교수가 28명으로 사외이사 전체의 45.2%를 차지했다. 절반이 '교수님'이라는 얘기다. 이어 관료 출신이 15명으로 24.2%였다. '사외이사는 교수 아니면 관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경영인은 11명으로 19.4%에 불과했다. 법조인이 5명으로 8.1%, 언론·회계 등 기타 3.2%였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비중이 높은 게 문제다. 금융권에선 '교수 중심 이사회'의 문제점으로 크게 전문성과 독립성의 부족을 꼽는다.

전문성의 부족은 이론적으론 금융회사에 대해 잘 알지만 대부분 실무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분에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교수 출신으로 은행 경영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은행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은행은 펑션(function, 기능)으로써의 은행이었다. 조직으로서의 은행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사외이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안건 하나하나를 이해시키는데 너무 힘이 든다, 돈 주면서 교육시켜 드리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독립성의 부족은 기본적으로 '책임감, 사명감'의 문제이지만 구조적 문제도 있다. 국회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년제 대학 정교수의 평균연봉은 9178만원이었다. 지주회사별로 다르지만 사외이사들이 받는 연간보수는 적게는 60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까지 받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로 받는 돈이 본인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보니 자리에 연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러다 보니 사외이사들이 소신 발언보단 눈치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역할, 방기하는 이사회"= 주식회사에서 이사회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논리상으론 이사회는 주주의 권한을 위임받아 경영진을 감시하고 주주의 이익을 대변한다. 하지만 실제 이사회가 그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KB금융 사태에서 이사회가 보여준 모습이 대표적이다. 국민은행이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동안 KB금융 이사회가 보여준 것은 없었다. 임영록 전 회장이 "은행장과 이사회간 해결할 문제"는 입장을 밝힌 게 전부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에서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 어떻게 그 문제가 은행의 문제냐"며 "이사들이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사회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다른 부분에서도 확인된다. 유로존 최대은행으로 꼽히는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은 이사회내 리스크관리위원회만 연간 100회가 열린다. 국내 금융지주사 이사회는 어떨까.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지난해 각 5회씩 열렸다. 하나금융은 7회 개최됐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이사회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12회 열렸다. 이사회가 얼마나 살아있는지 여부를 보여주는 단적인 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권한이 강한 평가보상위원회는 선호하면서 일이 많고 복잡한 리스크관리위원회는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초임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리스크관리위원회에 배치된다. 경영진 등에 대한 보상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소위 까칠한 이사는 보상위원회에 배치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제도적 개선방안도 마련돼야 하지만 이사회가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이사들이 주인의식을 갖지 않으면 그들은 이사가 아니라 식객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최고 집부자 '2312채' 소유, 임대료는… 35세 연하부인에 '폭탄배당' 영풍제지의 신고가 현대차 100년 대계 달린 '한전땅'…풍수지리로 보면? 새마을금고서 5만원권 위폐 무더기 발견, 경찰 수사 착수 [인천AG] '사격황제' 진종오, 10m 권총서 명예회복 도전!

머니투데이 김진형기자 jhkim@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