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거듭한 KB사태..불씨는 여전히 남아

김경학·홍재원 기자 2014. 9. 18. 17: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8일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임영록 회장의 해임안을 결의하며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로 촉발된 'KB금융 사태'는 일단락됐다. 지난 5월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의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것을 시작으로, 4개월가량 진행된 이번 사태는 반전을 거듭하며 치열하게 진행됐다.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는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관련 안건이 다뤄진 6번째 제재심이었다. 제재심 위원들은 저녁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이날 결정을 짓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심 결과는 자정을 넘겨 이튿날 나왔다. 제재심은 임 회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해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기존 예상과는 다른 '경징계'였다.

그러나 2주 뒤 최수현 금감원장은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로 최종 결정했다.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이 전 행장은 소식을 들은 직후 자진사퇴했고, 임 회장은 사퇴하지 않았다. 일주일 뒤 금융위원회는 임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직무정지 3개월로 한 단계 더 높였다.

KB금융 이사회는 점점 커지는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지난 15일 임 회장에게 자진사퇴를 권고했다. 그러나 임 회장은 다음날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다급해진 이사회는 지난 17일 두번째 간담회를 열었다. 다음날 자정쯤 이사회는 해임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해임 안건은 찬성 7표, 반대 2표로 가결돼 임 회장은 해임됐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KB금융지주 로비에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임 회장은 해임됐지만, 여전히 KB사태의 '불씨'는 남아있다. 금융당국은 KB금융 본사와 계열사에 파견한 감독관을 당분간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18일 "KB금융의 경영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안정되고 정상화돼야 한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임 회장까지 해임된 상황에서 감독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당국의 지나친 개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차피 마음대로 해온 사람들 아니냐"며 꼬집었다.

이번 사태로 은행장과 회장이 공석이 된 KB금융은 차기 행장·회장 선임 과정에서 또 한 번 내홍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낙하산 인사'에 있다는 KB금융 내부·외부의 분석이지만, 벌써부터 외부 인사들이 후보 하마평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은 "차기 행장과 회장으로 다른 은행 출신 등 외부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돼 우려스럽다"며 "이번 사태로 망가진 직원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 인사가 오면 집회·농성·소송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극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19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차기 회장 선임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경학·홍재원 기자 gomgo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