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회장 결국 해임] KB, 통합 13년째 '파벌 싸움'..옛 국민·주택銀 벽 허물 리더 필요

김일규/장창민 2014. 9. 18.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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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사태 재발 막자 (2) 통합형 회장 뽑아야 대등한 합병으로 회장·행장 바뀔 때마다 '줄서기 문화' 고착

[ 김일규/장창민 기자 ] 국민은행은 2001년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했다. 13년이 됐지만 두 은행 출신 간 파벌싸움은 여전하다. KB금융지주가 출범한 이후도 마찬가지다. 회장이나 국민은행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옛 국민은행 출신이 득세하기도 하고, 옛 주택은행 출신이 힘을 쓰기도 한다. 기반이 없는 외부 출신 회장이나 행장이 자리를 잡기 위해 특정 은행 출신들을 중용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KB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파벌을 타파할 수 있는 사람이 회장과 행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초대 통합 국민은행장에는 동원증권 사장을 거쳐 옛 주택은행장을 맡고 있던 김정태 행장이 선임됐다. 자연스럽게 2채널로 불리는 옛 주택은행 출신들이 힘을 얻었다. 이른바 1채널(옛 국민은행) 출신들의 불만은 고조됐다. 1, 2채널의 갈등은 이렇게 시작됐다.

김 행장이 물러나면서 1채널은 '기회'를 잡았다. 1채널은 2채널의 '경영 실패'로 규정하고, 옛 국민 출신 부행장들을 새 행장으로 밀기 시작했다. 그러나 2채널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채널 간 감정 대립이 격화되자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출신인 강정원 행장을 영입했다.

지주회사체제가 출범한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황영기 회장과 강정원 회장대행을 거쳐 취임한 어윤대 회장은 내부인사를 행장으로 선임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1채널 출신인 민병덕 행장이 발탁됐다. 민 행장은 자신을 뽑아준 어 회장과 맞서지 않고 은행 경영에만 힘을 쏟았다. 사외이사들을 상대해야 했던 어 회장도 은행 경영에는 거의 간섭하지 않았다.

덕분에 1채널의 '황금시대'가 열렸다. 민 행장의 주위에는 옛 국민은행 출신 9명의 임원이 소위 '9룡'으로 불리며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다. 이때 철저하게 소외됐던 옛 주택은행 출신들은 직간접적으로 임영록 당시 KB금융 사장을 회장 후보로 지지했다. 임 사장이 회장에 오르고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선임되면서 다시 2채널이 주도권을 잡았다는 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임 회장과 이 행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유독 국민은행에서 사건 사고가 많았던 것은 1, 2채널 간의 반목이 간접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 우리 하나 등 다른 시중은행도 모두 합병을 경험했다. 초기엔 출신은행 간 파벌싸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사라지는 분위기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대등합병이 아닌 흡수합병을 통해 조흥은행과 서울·보람은행을 인수했다. 그러다 보니 출신은행 간 대립이 초기부터 적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에서는 그동안 특정 은행 출신들이 외부 출신 회장이나 행장을 둘러싸고 호가호위하며 조직분열을 부채질한 면이 없지 않다"며 "이번 기회에 오랜 파벌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을 회장과 행장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내부 출신만 아니라 외부 출신 중에서도 폭넓게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일규/장창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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