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임영록 회장 '취임부터 해임까지'

윤예나 기자 2014. 9. 1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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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임기를 1년 10개월여 남기고 이사회로부터 해임당한 임영록(사진) KB금융(105560)회장. 그는 30여년 동안 공직에 몸 담으며 차관까지 지낸 뒤 민간회사로 자리를 옮긴 정통 관료 출신 금융인이다.

강원도 영월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벤더빌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행정고시 20회에 합격하며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공직에 입문한 뒤에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다. 1994년 문민정부 시절에는 금융실명제실시단에 파견됐고, 1997년부터 4년여간 재정경제원 자금시장과장,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국고과장을 거쳤다.

화려해 보이는 엘리트코스를 밟았지만 서울대 상대와 법대가 주도권을 쥔 관료사회에서 자리 다툼에 승진이 밀리는 일도 많았다. 2004년 1월부터 약 1년간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재경부에서 밀려났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 주역으로 활동해 1년 뒤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으로 복귀했고,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부터 2008년 초까지는 재경부 제2차관을 지냈다. 재경부 시절 직원 대상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인관계가 원만하다는 평도 받았다.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뀐 뒤 자리를 잡지 못하던 임 회장은 2010년 7월 민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윤대 전 회장의 권유로 KB금융 사장직을 받아들인 것이다. 당시 '재경부 차관 출신은 금융지주 회장과 동격'이라는 관행을 깨고 몸을 낮춰 이목을 끌었다.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등에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아 어 전 회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6월 KB지주 회장추천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회장에 뽑히며 '최초의 정통 관료출신 민간금융회사 회장'으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문제는 취임 뒤 두 달이 되던 시점부터 연이어 불거졌다. 작년 9월 국민은행 도쿄지점 전직 지점장과 직원이 2010년부터 5년여 동안 일본 현지법인 수십 곳에 불법 대출을 해 준 혐의가 드러나 검찰과 한국, 일본 금융감독당국의 수사를 받았다. 같은해 11월엔 국민은행 직원들이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90억원을 현금으로 바꿔 횡령한 혐의가 불거졌고, 올해 초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KB국민카드와 국민은행이 연루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임 회장은 연일 경영쇄신과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경영진 내분 수습에 실패하며 리더십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를 받아 위기를 넘기는 듯 했지만, 징계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템플스테이 사태' 등으로 이건호 국민은행장과의 갈등설이 또 불거지며 논란을 빚었다.

결국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임 회장의 징계 수위를 중징계인 '문책경고'로 올려 금융위에 건의했고, 12일에는 최종 결정권자인 금융위원회로부터 한 단계 더 무거운 중징계인 '3개월 직무정지'를 받았다. 임 회장은 16일 서울행정법원에 금융위를 상대로 직무정지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접수하며 명예 회복을 노렸지만, 17일 이사회의 해임안 가결에 따라 더 버티지 못하고 물러날 수 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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