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이사회, 내분사태 방관하더니 금융당국 압박에 또 거수기

입력 2014. 9. 17. 17:37 수정 2014. 9. 1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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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소속학회, 수천만원 KB기부금 받아차기 회장 선출도 맡을 예정..교체 필요성 대두

◆ 임영록 KB회장 해임 / 사외이사 책임론 ◆

KB금융지주 이사회가 17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해임을 의결한 가운데 사외이사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불거진 KB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지금까지 임 회장 편에서 방관해왔던 KB지주 사외이사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임 회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올해 4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문제로 논란이 빚어지자 임 회장을 지원하며 사태를 키웠다. 한 사외이사는 당시 "금융당국에 특검을 요청한 이건호 행장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한 계열사 대표자인 이 행장이 지주사 회장에게 항변하는 모습이어서 보기 좋지 않다"고 전했다. 갈등 봉합을 주문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 장치인 이사회가 회장을 두둔하며 행장과의 갈등을 부추긴 셈이다.

금융당국이 임 회장의 해임을 주문하자 이번에는 태도를 바꿔 만장일치로 해임안을 꺼내들었다. 지난 1년간 임 회장의 거수기 역할을 하던 사외이사들이 이번에는 금융당국의 거수기가 된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ING생명 인수를 추진할 때 임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함께 반대편에 서면서 같은 배를 타게 됐다"며 "경영위기라지만 그동안 옹호하던 임 회장을 하루아침에 내치는 것도 아이러니"라고 밝혔다.

문제는 현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을 뽑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직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된 회장추천위원회가 가동돼 회장 후보군을 골라낼 전망이다. 하지만 KB사태 책임을 면하기 힘든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을 뽑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영위기임을 감안하더라도 KB 사외이사의 개혁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현 사외이사들의 판단력은 이미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사외이사들이 만장일치로 뽑은 임 회장은 역설적이게도 KB금융지주를 위기 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은 선임 당시 의결문에서 "(임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제ㆍ갈등 조정 능력은 KB와 같이 거대한 조직을 이끌고 이해관계자들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금융그룹 회장직에 요구되는 중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사외이사들은 2013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의결 사항 38건 가운데 단 1건만 보류하고 모두 가결해 경영진의 거수기 논란을 빚었다. 같은 기간 사외이사들은 1인당 보수로 9180만원을 받았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에 대한 책임론은 더욱 거세다. 이건호 전 행장과 주전산기 교체 논란을 빚어 금융당국 제재 조치를 받은 데다 KB지주의 중대한 위법 행위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한편 KB지주 사외이사들이 회원이거나 임원으로 있는 단체들이 최근까지 KB금융지주ㆍ국민은행에서 기부금 수억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이종천 사외이사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회계학회에 1억4000만원을 기부했다. 신성환 사외이사도 KB금융지주에서 자신이 부회장으로 있는 한국재무학회에 총 2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기부받았다.

[김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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