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 '은행 고객정보 제거' 약속 안지켰다..임영록 회장 징계 새국면

전재호 기자 2014. 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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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분사 사업보고서 '국민銀 고객정보 이관 후 제거' 명시 "영업위해 넘겼다는 주장은 거짓, 지주사법 특례 적용안돼" 중징계 사전통보받은 임영록 KB금융 회장 더 불리해질 듯

KB금융(105560)지주가 국민카드를 국민은행에서 분사할 때 '비(非)카드정보(국민카드는 쓰지 않고 국민은행만 거래하는 사람의 정보)'를 국민카드로 이전한 다음에 제거하겠다는 사업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이관 후 제거한다'는 사업보고서 내용은 "영업상 목적으로 국민은행 고객 정보를 국민카드로 이관했다"는 KB금융의 주장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통보받은 임영록 KB금융 회장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당국은 향후 임 회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달 24일 열린 KB금융 관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국민카드 사업보고서 미이행 문제가 새로 불거졌다. 사업보고서는 KB금융 내에 있었던 카드사설립기획단이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당시 단장은 최기의 전 국민카드 사장이었다. 최 전 사장은 카드 분사 이후 KB금융에서 국민카드 사장으로 옮겼고 임영록 당시 KB금융 사장이 고객정보관리인을 맡았다.

당국 관계자는 "당시 기술적으로 국민은행 고객정보와 국민카드 고객정보를 완전히 분리한 후 이관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에 사후에 은행 고객정보만 제거하기로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카드는 국민은행 고객 정보를 제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3년 가까이 영업목적으로 활용하다가 유출 사고를 냈다. 국민은행은 고객 정보를 국민카드에 내주고도 이를 제거했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국민카드와 국민은행의 모회사인 KB금융지주도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사업보고서 미이행 문제가 새로 드러나면서 임 회장에 대한 징계 문제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임 회장에 더 불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임 회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로 인한 내부 갈등, 개인정보 대량 유출 건에 대해 각각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았으나 주로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당국과 공방을 벌여왔다. 주전산기 교체 문제는 중징계가 과하다는 의견이 당국 내부에서도 많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KB금융이 신용정보법(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32조에 따른 금융위원회의 승인없이 국민은행의 고객정보를 국민카드에 넘긴 것을 문제 삼아왔다. 금융위는 '신용정보법에 따른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취지로 유권해석을 내렸고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임 회장 측은 국민카드가 국민은행 고객 정보를 가져갔을 때 신용정보법에 따른 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영업목적이기 때문에 금융지주회사법 특례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지주회사법 제48조의2(고객정보의 제공 및 관리) 1항은 '금융지주회사 등은 신용정보법 32조에도 불구하고 개인신용정보를 그가 속하는 금융지주회사 등에게 영업상 이용하게 할 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감사원도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문제 삼으면서 국민카드가 국민은행 고객 정보를 가져간 것은 금융지주회사법 특례에 해당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국 내부에서도 현재 논리로는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부과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KB금융지주가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영업목적으로 국민은행 고객 정보를 넘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지주회사법 특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지주회사법 특례가 적용되지 않으면 당국은 임 회장 등을 신용정보법 위반 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

당국 관계자는 "국민카드는 국민은행 고객 정보를 넘겨 받은 뒤 제거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 정보를 영업목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애초부터 국민은행 고객 정보를 영업목적으로 쓸 계획이었다면 사업보고서를 허위로 제출한 것인데 이는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업보고서 미이행 문제가 불거졌지만 당국이 이를 근거로 임 회장을 제재하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금감원은 금융사 임직원을 제재할 때 당사자의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조치이유'를 적시하는데 기존에 통지한 내용엔 사업보고서 미이행 건이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도 임 회장은 사업보고서 미이행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준비가 부족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고 다음달 21일 예정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다시 답할 예정이다.

당국이 사업보고서 미이행 건으로 KB금융을 제재하려면 사전통지, 소명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이 경우 징계 대상자와 수위도 달라질 수 있다. 당국 관계자는 "국민카드, 국민은행, KB금융 모두 사업보고서를 이행하지 않은데 대한 책임이 있지만 누구에게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물을지는 판단의 여지가 있다"며 "사업보고서 건으로 임영록 회장을 징계한다면 지금처럼 중징계를 통보할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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