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F-X 3차사업> F-X사업, 가격 상승·성능 미달.. '모두 한국 책임'

한강우기자 2014. 1. 15. 12: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上> 불리한 계약

지난해 11월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의 작전요구성능(ROC)과 도입 대수를 변경한 군 당국이 지난해 12월부터 선행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이 때문에 2005년 공군의 중기계획으로 시작된 F-X 3차 사업은 10년을 허송세월하면서 2020년부터 시작되는 한국 공군의 전력 공백으로 전투기의 추가 도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새로운 차기전투기 사업에서 가장 유력시되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 전력화 시기가 2025년에나 가능하고, 이마저도 40대에 불과해서 2020년대 중반까지 240여 대가 도태되는 한국공군에 항공전력 공백 대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앞에 닥친 전력 공백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고 우주항공방위산업 발전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3회에 걸쳐 알아보고자 한다.

요즘 군 일각에서는 정부가 F-X 3차 사업과 관련, 당초 F-35 60대 도입에서 40대 도입으로 사실상 결정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특히 오는 2020년부터 F-4, F-5 구형 전투기가 본격 퇴역하기 시작하면서 전투기를 추가로 확보해도 모자라는 상황임에도 도입 대수를 줄이는 것은 스스로 항공전력 공백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올해 내로 계약을 추진 중인 정부의 F-X 3차 사업 선택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군 당국은 지난해 11월 22일 차기전투기 사업의 ROC를 스텔스 성능에 맞춰 갑자기 변경하고 도입 대수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40대 우선 구매로 결정했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개발 지연으로 값이 비싸진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를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사주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항공전문가들은 F-35는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았고 향후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아직은 기다려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이 F-35를 도입하면 미국 정부의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성능이 미달돼도, 모두 한국이 부담해야 하는 악조건이다. 도입 시기가 늦어져도 지체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고 사업이 취소될 경우 계약금도 돌려받을 수 없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F-35 개발에 참여했던 8개 나라들도 대부분 주문을 취소하거나 대수를 줄이면서 기다리고 있다. F-35 개발참여국인 캐나다와 덴마크는 아예 주문을 취소했고 영국과 이탈리아, 터키, 네덜란드 등은 주문 대수를 줄이거나 연기하며 지켜보고 있다. 미군도 이미 F-35를 400대 넘게 주문을 취소했고, 미 해군과 공군은 개발지연에 대비해 F-18 슈퍼호넷 추가 주문과 F-16 수명 연장에 들어갔다.

개발지연으로 인한 F-35 불신은 개발당사국인 미국, 개발참여국인 영국 등 8개국뿐 아니라 이명박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정부 당시 차기전투기 사업에 관여했던 한 핵심 인사는 "F-35는 개발이 끝나지 않았고, 문제가 많아서 우리도 손들었던 기종"이라고 말하고 있다. 야권으로부터 '뼛속까지 친미였다'는 비난을 들었던 이명박정부에서도 여러가지 문제점으로 끝내 F-35를 선택하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F-35는 15년 동안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50% 정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과도한 스텔스 기능에 따른 설계 결함으로 기체 균열과 헬멧 이상, 번개 취약 문제 등으로 인해 툭하면 시제기들의 시험비행마저 금지되고 있다. 또 록히드마틴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비행테스트와 오류 수정이 가능하다"며 미 국방성으로부터 F-35 개발과 생산의 병행을 허락받았고, 2013년 말까지 100대의 기체가 생산됐지만 아직까지 단 한 대도 전력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일부 군사마니아들 사이에서는 F-X 3차 사업에서 F-35와 계약, 계획대로 2016년에 도입이 된다면 이들 시제기들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이런 F-35를 40대로까지 줄이면서 선택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항공전문가들은 우리 군 당국이 미국 제조사에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군 당국이 차기전투기 사업을 시작한 2012년부터 이미 개발 지연에 따른 F-35의 가격 급등 상황을 알 수 있었음에도 F-35 한 대당 8000만 달러 정도라는 제작사의 말만 믿고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F-35 제작사 록히드마틴은 2013년 11월 초 언론에 공개한 자료를 통해 F-35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를 감안한다면 한국 정부가 책정한 예산으로 F-35 '50대+α(알파)'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10여 일 뒤인 지난해 11월 22일 그동안 록히드마틴과 협상을 가졌던 군 당국은 사실상 F-35를 수의계약으로 40대 우선 도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놓았다. 록히드마틴이 언론에는 F-35 가격이 싸지고 있다고 홍보하면서 정작 한국 군 당국과의 협상에서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구심과 함께 한국 군 당국도 이를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은 F-35를 수의계약으로 도입할 예정이어서, 칼자루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정부와 록히드마틴이 쥐고 있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F-X 사업에 밝은 한 전문가는 "평시에 좋은 무기를 싼값에 많이 확보해야 전쟁에서 그만큼 이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군에서는 평시의 무기도입 사업이 전시에 전투를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창군 이래 최대 무기도입사업이라는 F-X 3차 사업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우리 군 당국이 전략과 전술을 통해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이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02)3701-5555/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