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빼앗는' 빈곤층 노인 기초연금

2014. 7. 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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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당시 20만원 지급 공약수급땐 기초연금서 깎여 반발

"밥값 3500원이 없어서 사정하고 먹는 노인들을 보면 속이 상합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노인에게 줬다가 뺏어가 버리나요."

극빈층 노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만 65세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지원한다는 기초연금 때문이다.

4일 노년유니온 등 18개 단체로 구성된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는 기초연금 수급을 기다리는 빈곤 노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은 편지 3통을 공개했다. 모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독거노인들이 쓴 편지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모 할아버지는 "대통령 선거 당시 매월 20만원씩 더 준다는 공약에 정말 기뻤다"며 "이를 믿고 대통령을 찍었는데 선거 이후 상황은 너무 실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기초연금을 받게 되면 수급비가 오히려 깎이거나 자칫 수급자에서마저 탈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 할아버지는 "한 달 50만원도 채 안 되는 돈으로 월세를 내고 나면 담배나 술을 하지 않고 살아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사는 김모 할아버지도 사정은 비슷했다. 김 할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자도 인간답게 살고 더 나은 생활을 하도록 기초연금이라도 주시길 부탁한다"고 썼다. 또 "현재 수급비로는 밥만 먹고 잠만 자다 죽으라는 것"이라며 "이건 사람이 아니고 동물이지 않느냐. 조금은 인간다운 생활을 하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 노인들은 한평생 경제발전과 나라를 위해 살았다. 비록 지금은 가난해졌지만 이렇게 내쳐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남겼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오모(72) 할머니도 "젊어서부터 어렵게 살았다"며 "이제는 늙어서 일도 못하고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오 할머니는 "우리를 생각해주신다면 수급비를 깎지 말아달라"고 애원에 가까운 말을 남겼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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