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민적 저항' 발언] 박근혜 대통령 강공뒤엔 '믿는 구석'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국 파행 상황에 개의치 않고 대야 강공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날 여야 대표와의 국회 3자 회담에서 야당의 요구를 대부분 일축했던 박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도 장외 투쟁 중인 야당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강경 드라이브는 무엇보다 탄탄한 국정 지지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취임초기 40% 대로 출발했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북정책 등 안보ㆍ외교 행보가 성과를 내면서 70%에 육박하는 고공 행진을 그려왔다.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높은 지지율로 인해 야당과의 타협 없이도 국정 운영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고무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는 장외투쟁 중인 야당이 국회 파행에 대한 비판 여론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회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가 3자 회담의 내용을 전면 공개키로 했던 것도 야당과의 대화를 통한 접점 찾기보다는 국민들의 판단에 직접 맡기겠다는 의도가 짙다는 평가다.
청와대 참모진이 '매파' 위주로 구성된 것도 박 대통령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8월부터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돼 권력 2인자의 자리에 오른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홍경식 민정수석 등 핵심 참모진 상당수가 군이나 공안검사 출신이다. 직무 특성상 비타협적인 원칙주의에 훈련된 이들이 가뜩이나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시야 자체를 좁히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로 인해 청와대 내에서 정치적 유연성을 가지고 조언하는 비둘기파 그룹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국 파행의 원인이 된 국정원 사건 자체가 박 대통령으로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어 강경책을 쓸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통령 사과와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의 요구사항 중 어느 하나라도 수용할 경우 정권의 정통성과 연결될 수 있어 완전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3자 회담을 앞두고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사태가 겹쳐져 민심의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 더욱 강경한 대응에 나서게 된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강경 드라이브는 그간 '정치 실종'의 주요 요인으로 비판 받아왔던 박 대통령의 완고한 이미지를 고착화 시킬 수 있어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경 드라이브가 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야권 지지층에겐 더 큰 감정적인 반발을 부를 가능성도 크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정치를 복원해 정국을 정상화해야 할 시점에서 박 대통령이 강공 발언을 잇따라 내놓아 대결 정국으로 가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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