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따라다녀"→"끌려다녀"로

2014. 1. 13. 23: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8종 최종 수정 내용 공개당초 발표와 달리 내용 대폭 손질교학사, 김성수 관련 글 삭제 안해

교육부는 지난해 12월10일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수정명령 승인 완료 후 8종 출판사가 자체 수정 승인을 요청한 937건에 대해 지난 5일 최종 승인을 마쳤다고 13일 밝혔다. 수정 내용을 보면 '단순 표기 오류를 바로잡겠다'던 당초 발표와 달리 내용까지 대폭 손질됐다. 논란이 된 교학사 교과서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도 완전히 달라졌다.

이날 교육부가 공개한 '발행사별 자체 수정 승인사항'에 따르면 교학사 교과서의 '한국인 위안부는 전선의 변경으로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란 내용이 이번 수정 과정에서 '한국인 위안부는 군 주둔지에서 착취당하였을 뿐 아니라 전선에 동원되어 강제로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로 바뀌었다.

일제시대 일본 자본의 한반도 유입을 '진출'로 기술한 부분은 '침투'로, 곡물 '수출'은 '유출'로 수정됐다. 일제에 의한 의병학살을 토벌(무력으로 없앰. 주로 부정적인 대상에 쓰임)로 표현한 것도 학살과 공격으로 고쳤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는 '피격'으로 적혀있어 일본 입장에서 기술했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투하'로 최종 수정됐다. 이로써 교육부가 이번에도 교학사에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지난 달 23∼24일 이틀간 출판사 자체 수정안을 접수받아 승인한 937건 가운데는 교학사의 수정 건수가 751건(80.1%)으로 압도적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17일 이번 수정 심의 계획을 발표하면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내용상 변경을 가져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순 표기 오류를 바로잡겠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교학사의 친일 서술 수정도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달 단어 수정만 받겠다고 출판사에 공문을 보냈지만 수정 사항을 받아보니 내용적인 부분도 포함됐다"며 "내용에 문제가 있어 고치겠다는데 '그렇게 하면 교육부가 곤란해지니까 고치지 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내용적인 수정을 받아들인 이유를 전했다.

하지만 인촌 김성수에 관한 글을 삭제했다는 교학사의 자체 수정안과는 달리 실제 발간된 책에는 해당 내용이 그대로 실려 있어 또다른 불씨를 남겼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교육부 승인과 출판 내용이 다르면 검정이 취소될 수 있다.

이번 수정은 8종 교과서가 지난해 8월30일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의를 최종 통과한 이후 세 번째이다. 지난해 10월21일 8개 출판사에 829건의 수정·보완을 권고한 데 이어 11월29일 7개 출판사에 41건의 수정명령을 내렸다. 이번에는 지난달 10일 교육부가 수정명령을 거쳐 최종 승인까지 해 일선학교에 전시본까지 배포한 상태에서 또 다시 교과서를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교육부 스스로 부실검정을 자인한 셈이다. 교육부는 그러나 "그간 진행된 수정·보완 작업을 통해 대한민국 정체성, 일제강점기 미화 및 북한 문제 등 서술내용을 수정했다"며 "이를 통해 미래세대인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인식 형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평했다. 인쇄에 들어간 교과서는 이달 말부터 일선 고교에 공급될 예정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