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교과서 '완패']친일·독재 미화한 '부실덩어리' 교육현장서 외면.. "상식의 승리"

송현숙 기자 2014. 1. 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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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 거부당해.. 학부모·교사·동문 등 저항보수진영 색깔론·학교재단 측 압력도 안 먹혀

역사왜곡·오류 논란이 제기된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전주 상산고가 교학사·지학사 교과서를 병행 채택해 교학사로선 단독으로 채택된 학교가 전무한 완패다. 역사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교과서로 이름 붙이기조차 어려운 부실 교과서에 대한 사필귀정" "상식의 승리"라고 매김하고 있다.

■ 사회에서 '거부'된 교과서

교학사 교과서는 지난달 30일 일선 고교의 선정·주문 소식이 언론과 시·도교육청, 시민사회단체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곧바로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역사교사와 학생들은 반발했고, 학부모와 동문들이 대거 나섰으며, 지역 시민단체들이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일본군 위안부 및 4·3, 5·18 단체 등 교학사 교과서에 왜곡 기술된 당사자들까지 항의집회·성명·1인시위를 펼치자 학교들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서울·부산시교육청에서는 학교 이름을 쉬쉬했고, 일부 학교들은 이름이 알려지기도 전에 재선정·유보 방침을 밝혔다. 최종 선정은 아니었다는 해명도 나왔다. 교학사를 비호하며 근현대 역사교실을 열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부산 영도)에서도 교학사 교과서 채택은 없었으며, 교학사 대표이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인천의 사립학교에서도 한국사 선택을 2년 후로 미뤘다고 밝혔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이 양심에 부끄러운 지경에 이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간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근현대사 왜곡과 오류 지적에 대해 "역사학계 전체가 좌파"라며 종북몰이로 맞서왔다. 결국 자학사관 극복을 내세웠던 교학사의 주장은 친일·독재 미화를 위한 것이라는 사회 전반의 인식으로 귀결됐고, 상식과 몰상식의 대결임을 알아챈 '피플 파워'에 막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 재단·교장 입김에 '룰' 어겼다 철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 중 상당수는 학생·학부모들의 저항과 교사들의 양심선언이 시작되자, 교과서를 재선정하겠다며 지체없이 꼬리를 내렸다. 교과서 선정 과정이나 절차에 "외압이 있었다"는 '내부 폭로' 위협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17개 학교 중 대다수가 재단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학재단이었던 점도 외압 의혹을 더했다.

교과서 채택은 역사교사들이 심사해 3종을 선택하고, 학교운영위원회 승인과 학교장 결정의 3단계를 거친다. 그러나 교학사 교과서 채택 후 수원 동우여고에서는 "교과서 채택에 한 분의 눈치를 봤다"는 교사의 양심선언이 있었다. 여러 학교에서 "교장이 역사교사들의 선택을 반려시켰다" "학교 관리자들이 역사교사들을 개별 접촉해 3배수 채택부터 입김을 행사했다"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지 않고 교과서를 선택했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교육청의 특별감사설이 나오며 며칠 사이 10여개 학교가 우후죽순처럼 철회한 상황에는 선정 과정부터 적절한 룰을 거치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교학사 측이 교과서 채택 철회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외압설부터 먼저 규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 부실덩어리 교과서 몰락 자초

역사학계는 교학사 교과서 문제가 불거지자 2차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지난해 9월10일 한국역사연구회 등 4개 역사단체가 오·탈자 등 단순오류 사항 외의 중요한 내용 오류들을 298건으로 정리해 지적했다.

12월19일엔 한국고대사학회·근현대사학회 등 역사학계의 주류인 7개 학회가 공동으로 최종승인된 교학사 최종본에서도 652건의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런 교과서를 아이들 손에 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으로 역사학계가 모두 모였다"며 "편향성 이전에 부실투성이로, 교과서로 이름 붙일 수 없는 책"이라고 못박았다. 하일식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은 "교학사 교과서는 학계가 이미 지적한 사항들조차도 제대로 고치지 않거나 고치는 과정에서 더 큰 오류를 저질렀다"면서 "교과서를 쓸 수 없고, 제대로 고칠 수조차 없는 사람들이 쓴 부실한 책"이라고 비판했다.

<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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