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채동욱 사찰 배후로 지목된 안행부 김 국장 인터뷰 "난 억울하다"

김동인 기자 2013. 12. 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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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아무개군의 인적 사항을 알아봐달라고 청와대 행정관에게 지시했다는 안전행정부 소속 김아무개 국장(49)이 입을 열었다. 김 국장은 12월5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4일 청와대에 불려가 조사 받은 사실 등을 털어놓았다. 김 국장은 5일 정상적으로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다음은 김 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비문과 중복이 있어도 대화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살렸다). 

채동욱 전 총장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군의 인적사항을 알아봐달라고 조오영 행정관에게 부탁했나?

전혀 그런 적이 없다. 전혀.

청와대에서는 어제 그렇게 발표했다.

그러니까. 저도 당혹스럽다.

ⓒ연합뉴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2012년 10월~2013년 5월초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에 있었던 것은 맞나?

맞다. 10월부터 5월초까지 근무했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는 언제부터 아는 사이인가?

아, 그 질문은… 곽 수석과는 일면식이 없다. 새 정부 들어 민정수석 맡은 그 분은 전혀 일면식이 없다. 언론에서 대학교(성균관대) 선후배 관계라고 하는데, 대학과 관련해서도 한 번도 본 적 없다. 민정 업무가 원래 그러는데, 싹 바뀌고 나면, 서로 안 만나고 그렇다.

그렇다면 청와대에서 발표한 게 사실과 다르다는 건가?

(한숨 쉬며) 그런 관계가 있다. 개인적으로 보면, 나는 이 사건과 아무 관계도 없고, 그 분(곽상도)과는 어떤 연관이 없다. 이거 뭐, 나도 지금 판단을 못 하고 있다.

청와대 조사는 어제 받았나?

어제, 갑자기 (청와대) 들어오라고 해서...  급한 일이라 해서... 청와대 나온 지 얼마 안되기 때문에 그냥 급한 일이라고 해서 들어갔다. 뭔 일이냐 물으니까, 와보면 안다고 하길래 청와대로 들어갔다.

무슨 조사를 받았나?

(조오영 행정관과) 통화한 내역을 제시하면서 통화한 사실이 맞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조오영과) 인적 관계가 있고, 서울 와서 조금 안면이 있었는데, 여기(청와대) 들어와서 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내가 통화한 내용까지는 어떻게 알 수가 없었다. 그러고 나왔는데… 나오면서 이게 뭐지 싶었다. 난감했다.

두 사람 통화 기록이 있어서 청와대에서 불렀다?

그렇다.

통화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 나고?

그렇다. 보통 이런 거라면 사람이 그렇잖은가. 내가 공무원 오래 해서 아는 사람이  많다. 기억이 안 난다. 보통 우리가 안부를 묻고 그런 것으로 여겼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9월 퇴임식을 가진 채동욱 전 총장
조오영 행정관과는 고향이 같죠?

그렇다. 조오영씨 부인이 고향 한 마을  집안 사람이다. 보통 동네 20촌 내 그렇게 알고 지내는 사이다. 내가 조 행정관의 먼 자형인 셈이다.

곽상도 민정수석과는 업무 차원에서라도 만나지 않았나?

그분(곽상도)은 민정수석이긴 하지만 우리쪽 공직기강팀은 사무실도 따로 쓴다. 이게 업무의 관행이다. 보고드릴 일도 없었다. 또 그걸 다 떠나서 채군 이런 건 개인적인 거니까, 이걸 오픈하거나 조사하지는 않는다. 그런 분위기다.

김 국장이 배후인양 청와대가 발표했는데?

내가 무슨 배후 조종? 허허.

그럼 청와대의 꼬리자르기로 보나?

그 부분은 아까부터... 내 상황을 말씀 드리자면 이렇다는 것이다. 그 부분을 내가 어떻게 아나. 단지 상황을 물으니까 정확하게 말씀드리려고 한 거다.

조 행정관에게 채군 정보를 물어본 적이 전혀 없다?

그런 거 없었다. 곽 수석과 대학 이런 걸로 따로 인연도 없고. 그 분(곽상도 전 수석)한테 물어보면 알잖은가. 서로 간에 업무관계가 있고 그 전부터 그런 관계가 있었으면 몰라도, 실제로 보고 드리거나 만난 사이가 아니었다. 검찰이 수사하면 알겠지. 현직 공무원인 내가 어떻게 지금 복구할 길이 없다.

그렇게 억울하면 뭔가 대응할 계획은?

그걸 내가 왜 하나. 검찰에서 수사하면 밝혀질 것이다. 현직 공무원 처지라 어떻게 대응하겠나?

어쨌든 김 국장은 억울하고 검찰 수사 하면 나올 것이다?

그렇다. 지금 통화로 난 솔직히 말씀드렸다.

앞서 4일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휴대전화로 서울 서초구청 조이제(53) 국장에게 채모군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한 청와대 조오영(54) 행정관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안행부 김아무개 국장에게 요청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조 행정관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어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 외에 청와대 소속 인사가 조 행정관에게 부탁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수석은 김 국장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기간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팀에 근무한 경력은 밝히지 않았다. 또 김 국장이 이번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조사결과 발표에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등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청와대의 부실 조사 논란도 일 전망이다.

김 국장은 경북 영천 출신으로 포항고와 성균관대를 나온 행정고시 출신이다. 2008년 경상북도 새경북기획단 단장, 보건여성국장을 거쳐, 2010년 행정안전부 지역희망일자리추진단 단장(부이사관)을 맡기도 했다. 2012년 5월부터 행정안전부 지역녹색정책관을 맡다가 지난해 10월15일부터 올 5월초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김 국장은  ‘채동욱 총장 찍어내기’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의 지휘 체계 선상에 있었던 셈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채동욱 총장 사퇴 당시 곽상도 전 수석, 서천호 국가정보원 2차장,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주도하고 ‘검찰 쪽 라인’으로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이 개입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당시 박 의원은 “곽 전 수석이 8월초 해임당하자 이중희 민정비서관에게 채 총장의 사찰자료 파일을 넘겨줬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채 총장 찍어내기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이 개입한 의혹은 여러차례 불거졌다. 채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가 나간 직후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 관계자가 대검찰청 쪽에 채 전 총장과 임아무개씨, 임씨 아들의 혈액형을 제시하며 채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말도 돌았다. 혼외아들 의혹이 처음 보도된 시점부터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이 조선일보에 정보를 넘긴 배후로 의심을 샀고, 여성 단체들이 곽 전 수석을 개인정보유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수사로 채 총장의 찍어내기 고리가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 김아무개 안전행정부 국장까지 밝혀졌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4일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행정관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 국장도 조사할 방침이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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