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채동욱 총장 찍어내기' 사전 각본 작동했다

2013. 9. 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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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검찰 관계자 "8월 중순에 만난 조선일보 간부가

민정수석실이 채 총장 뒷조사 끝냈단 얘기 전해…

9월 추석 전 날아갈 것이란 말도 들었다고 했다"

채동욱(54) 검찰총장 사퇴가 청와대의 치밀한 사전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중진 의원조차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 조작 및 정치 개입 의혹 사건' 수사 때 검찰이 원세훈(62) 전 국정원장 등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자, 청와대가 채 총장을 몰아내려 했음을 내비치는 발언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8월 중순께 <조선일보> 간부가 만나자고 해서 봤다.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인 ㄱ씨가 채 총장의 여자 문제에 대해 이미 조사를 끝냈고 9월 추석 전에 채 총장이 날아갈 것'이라는 말을 했다. 'ㄱ씨와 조선일보의 고위 간부가 고등학교 선후배로 친한 사이'라는 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검찰 관계자는 "조선일보 간부가 9월에 검찰에서 검사장급 인사가 있을 거라는 말까지 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 보도→총장 사퇴'라는 각본이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짜여 있었고, 보도에 사용된 정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청와대가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끌어들여 이번 일을 꾸민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채 총장 사퇴를 주도한 인물로, 지난달 초 임명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꼽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비서실장이 보도 직전 조선일보 최고위직 인사를 만났다는 얘기가 나돈다. 아무리 검찰이 관리 안 된다고 판단해도 총장을 이런 식으로 몰아내는 건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보도 직전 청와대 주변 인사들 사이에서 채 총장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언급이 나온 것도 의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 관련 첫 보도가 나오기 이틀 전인 지난 4일 서울 강남의 ㄱ일식집에서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과 법조인 등이 모였는데, 동석한 청와대 인사인 ㄱ씨가 "채 총장의 여자 문제 조사를 마쳤고 결과를 민정수석실에 넘겼다. 채 총장은 조만간 사퇴할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지난 7일께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가 직접 나서 채 총장한테 감찰을 받으라고 하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것도, 처음부터 채 총장을 내쫓기로 작심하지 않고선 보이기 힘든 행태라는 지적이다. 한 검찰 간부는 "진실을 밝히겠다며 소송까지 낸 검찰총장에게 법무부가 나서 초유의 감찰 카드를 꺼낸 건 처음부터 총장을 내보낼 의도가 분명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주일 전부터 사퇴를 종용했다고 하는데'라는 질문에 "아마 더 됐을걸. 그전부터 계속 얘기는 한 거 같은데 (채 총장이) 버티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측하건대 벌써 그만두라고 했을 거야. 그 이전에도 사인이 많이 났어. 처음부터 (검찰총장으로) 고려를 안 했는데 마지막 카드로 됐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를 하면 이 정권 탄생에 대해서 퀘스천마크(물음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중진 의원조차 채 총장의 사퇴가 검찰의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결과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김정필 송채경화 기자 fermata@hani.co.kr

[시사게이트#11] 채동욱 총장 VS 조선일보·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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