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서 멈춰선 검찰 수사, 개인비리 수사에는 가속 페달

정제혁 기자 2014. 3.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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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민정수석실 '뒷조사' 검, 정황 파악하고도 뒷짐청와대선 특별감찰은 인정 "진료기록 조회 없다" 주장

검찰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개인정보 유출 과정에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고용복지수석실, 민정수석실 등의 관계자가 개입한 정황을 일찌감치 파악하고도 이들에 대한 직접 수사를 벌이지 않고 있어 '청와대 눈치보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달리 채군의 모친인 임모씨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수사는 사실상 채 전 총장의 개인비리 수사로 전환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이 채 전 총장의 개인비리를 확인한 뒤 두 사건을 일괄 처리하기 위해 정보유출 사건의 수사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청와대 앞에서 멈춰선 정보유출 수사

채군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조기룡 부장검사)는 지난해 6월 말 국민건강보험공단 한모 팀장이 내부전산망에 접속해 임씨의 신상기록을 조회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한 팀장의 진술과 통화내역 추적 등을 통해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 관계자가 한씨에게 조회를 부탁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10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유영환 서울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 등을 통해 채군의 학생생활기록부를 조회하려 한 정황도 올해 초 포착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25일 민정수석실에 파견돼 있던 김모 경정이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 등을 통해 채군의 주민등록정보를 조회한 사실도 올해 초 파악했다.

청와대 각 수석실이 채군 등의 개인정보를 전방위로 알아보려 한 정황이 포착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검찰은 청와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현재까지 청와대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행정관이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청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기록부를 조회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이후 조 행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배후'에 대한 조 행정관의 오락가락 진술이 거듭되면서 수사는 정체에 빠진 상태다.

■ 채 전 총장 개인비리 수사는 전광석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서봉규 부장검사)가 맡고 있는 임씨의 변호사법 위반 등 사건 수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임씨는 한 코스닥업체 사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의 친구인 대기업 임원 출신 이모씨가 임씨에게 2010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1억여원과 5000여만원을 송금해준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를 압수수색해 채군을 출산한 전후 시점의 임씨 진료기록 등을 확보했다.

검찰의 행보는 임씨의 금품수수가 채 전 총장과의 '특수관계'로 인해 가능했음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채 전 총장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채 전 총장의 개인비리를 수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 증폭되는 청와대의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

지난해 6월 각 수석실이 총동원돼 채 전 총장의 뒤를 캤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이날 자료를 내고 "특별감찰반이 지난해 6월 하순경 당시 채 총장의 처를 자칭하는 여성과 관련된 비리 첩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과 관련 비서관실을 통해 관련자 인적사항 등을 확인한 사실이 있다"며 "다만 임씨의 산부인과 진료기록이나 (채군의) 학적부를 확인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경찰과 관련 비서관실을 통해 관련자 인적사항 등을 확인한 사실이 있다'고 밝힌 것은 민정수석실·교육문화수석실·고용복지수석실이 채군 등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것은 특별감찰의 일환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씨의 산부인과 진료기록이나 (채군의) 학적부를 조회한 사실은 없다'는 것은 감찰 과정에 위법은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주장의 진위는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

청와대는 비리 첩보 확인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한 시점을 전후해 채 전 총장에 대한 특별감찰에 착수한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는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공직자에 대한 특별감찰에 청와대 각 수석실이 총동원된 것도 이례적이다. 특별감찰과 같은 시점에 조오영 행정관이 채군의 가족부를 불법적으로 조회한 경위도 밝혀져야 한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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