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관련 없고, 진상규명 뾰족수 없는데도..수상한 감찰 지시

2013. 9. 1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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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법무부 "감찰 규정 따라" 되풀이

근거·배경 등 명확히 설명 못해

법무부는 13일 채동욱(54) 검찰총장의 직무와 상관없는 개인적 의혹에 대해 감찰을 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감찰 근거와 배경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며 허둥댔다.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소식은 오후 1시21분께 처음 알려졌다. 복수의 검사들은 "법무부에서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검사도 뉴스를 통해 감찰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전했다. 감찰을 책임지고 있는 법무부 안장근 감찰관은 지난 7일부터 북유럽 사법제도 연구차 국외 출장 중이다. 한 검사는 "장관이 업무를 지시했고, 언론에 발표까지 했는데 담당자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황교안(56) 법무부 장관의 행보도 정상적이지 않다. 황 장관은 이날 오후 2시에 참석하기로 예정된 행사를 10분 전에야 취소했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관이 갑자기 오후 일정을 다 취소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번 감찰 지시에 들러리만 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법무부는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 지시'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했다.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은 오후 2시 <조선일보>가 제기한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라, 감찰 대상자가 대검 감찰부 업무를 지휘하는 경우에는 법무부에서 (감찰을) 지휘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일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감찰할 수 있느냐"고 묻자, 조 대변인은 "근거 규정은 아까 말한 대로 법무부 감찰규정"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법무부는 논란을 빨리 끝내기 위해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러려면 임아무개(54)씨 아들의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는데, 법무부가 강제로 일반인 유전자 검사를 할 수단은 없다. 채 총장도 이미 조속히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사실상 법무부가 채 총장보다 더 빨리 진실을 밝히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채 총장을 감찰하겠다며 언론에 공개한 이유에 대해 조 대변인은 "계속 말씀드린 것처럼 조속히 사실을 밝히자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만약 사실이 아닐 경우 법무부가 책임을 지게 되느냐는 질문에, 조 대변인은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나, 논란을 종식하고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답했다.

채 총장에 대한 감찰 발표가 사실상 총장한테 물러나라는 취지로 읽힌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조 대변인은 "진상규명 차원이지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워낙 큰 사안이고 어차피 알려질 사안이라 이야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황 장관은 이날 오후 6시께 검사들에게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 '진상조사'를 지시했는데 총장이 사퇴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하여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를 받아본 한 검사는 "총장한테 나가라고 해놓고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원철 이경미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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