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사건은 다 끝난 것, 법률적으로 말도 안돼"

2014. 8. 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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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강선일 기자]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부장판사 이민걸)는 지난 11일,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항소심에서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라고 판결했다.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혁명조직)의 실체 또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의원의 내란선동 혐의는 유죄라고 밝혔다.

피고인 변호인단은 즉각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라면, 내란선동 혐의도 무죄"라고 주장한다. 즉 지하혁명조직인 RO의 존재, 사전 준비회의 등 그동안 내란음모 혐의의 근거로 제시된 것들을 재판부가 모두 부정한 상황에서, 내란선동 혐의 유죄만 유지한 건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복잡한 판결에 대해 좀 더 답을 얻고자,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사건 피고인들을 변호하는 '내란음모 사건 공동변호인단'의 천낙붕(52·법무법인 상록) 변호사를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천 변호사는 '유우성씨 간첩 사건'에 참여했고, 공안사건을 오랫동안 다뤄온 전문가다. 아래는 천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

내란음모 사건 공동변호인단의 천낙붕 변호사

ⓒ 강선일

- 내란음모 혐의는 무혐의로 밝혀졌다. 그런데 법원은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선 왜 그대로 유죄 상태로 남긴 것인가? 사실상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혐의 아닌가?

"이 사건의 핵심은 '내란음모'와 RO의 실존 여부다. 이 두 가지가 무죄인데 나머지를 유죄 처리한 건 법률적으로 해석이 안 되는 판결이다. 처음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내란선동 내용이 없었다.

영장에 그 내용이 없다는 건, 그 전에도 그것에 대해 수사한 바가 없단 뜻이다. 아무도 내란선동에 대해 생각조차 안 했다. 나중에 기소하면서 이 의원에 대해서만 내란선동 혐의를 끼워 넣은 것이다. 이 의원만 기소하긴 어색하다 보니 김홍렬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까지 (내란선동 혐의로) 끼워 넣었다."

- 그렇다면 이 의원과 김홍렬 위원장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겐 내란선동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 이 의원과 김홍렬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가보안법(아래 국보법) 7조 1항 찬양·고무죄, 이적동조죄에 해당되는지 아닌지의 문제다. 이 의원에게 적용한 내란선동 내용은 국보법 7조 '국가변란의 선동'과 사실 같은 내용이다. 그런데도 굳이 법원에선 내란선동 혐의를 따로 빼내어 적용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남은 문제는 사실상 국보법 7조의 문제다. 내란선동이라 해서 다른 게 아니다. 이적동조죄에 적용되느냐, 북한을 찬양·고무했느냐 하는 문제다. 국보법 7조 위반 혐의는 7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게 원칙인데, 이 의원은 여전히 9년이란 높은 형량을 받은 상태다"

"법률로 해석 안 되는 판결... '내란선동'은 구속영장에도 없었다"

- 이 의원의 발언이 국보법 7조에 저촉된다고 할 때, 이전의 판례는 비슷한 경우에 어느 정도의 형량을 매겼는가?

"이적동조죄로 가장 높은 형량을 받은 사람이 노수희 조국통일범민족연합(아래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이었다. 그의 경우는 2012년 무단방북 이후 국보법상 이적동조죄, 잠입·탈출죄, 이적단체 대표자 혐의까지 모두 적용되어 징역 4년을 받았다.

또한 2010년 방북한 한상렬 목사는 국보법상 이적동조죄, 잠입·탈출죄가 적용되어 징역 3년을 받았다. 이 의원은 정당 사람들 모아 놓고 얘기한 것일 뿐이다. 발언에서 내란을 선동했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을 찾을 수도 없다. 사실 국보법상으로도 무죄다. 유죄라 쳐도 기소유예, 공소보류 수준이다. 징역 9년 형량은 말이 안 된다."

- 국보법상으로도 무죄라 할 수 있는 근거는?

"국보법 7조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다. 표현을 해석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 의원의 발언 중) '북한은 광명성 2호를 발사하고 핵무기를 개발했다. 북한의 과학적 수준은 상당하다', 이게 국보법 위반의 핵심 내용이다. 이건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과학기술이 뛰어나다고 한 말 자체가 북한을 찬양·고무했다고 보긴 굉장히 애매하다.

법 해석에 있어 '유추해석', '확대해석'은 절대적 금지사항이다. 이건 형사소송법의 기본적 해석 원칙이다. 이걸 전면적으로 부정한 게 국가보안법 이적동조죄 적용의 근본적 문제점이다. 이 의원의 발언을 마음대로 유추·확대해석하고, 심지어 왜곡하기까지 한 것이다."

- 재판부가 그러한 유추·확대해석을 하는 것에 대한 규제장치는 없나?

"국보법에 대해선 1990년대 초부터 위헌재청이 계속 있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20년간 해석 범위를 좁히라는 권고를 계속해서 해왔다. 그런데도 이번엔 유추·확대해석이 이뤄졌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도 'RO의 실체는 없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태도를 보니 이석기의 발언에 굉장히 호응하더라. 따라서 얘는 빨갱이다' 하는 식으로 해석했다."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 음모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시작을 앞두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는 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재판부는 "국헌문란의 목적은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는 경우, 이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로 입증할 수밖에 없다"며 내란선동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는데,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이란 게 아까 언급한 참석자들의 '태도'인가?

"그렇다. 그들이 이석기 의원이 발언하면 웃고 그의 '지시'에 따라 분반토론을 했단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들이 책을 갖고 공부하고 토론하고 이석기 의원의 발언에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니, 다른 행위들에 대해서도 '얘는 이런(북한을 이롭게 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고 자의적으로 유추한 것이다."

- 2004년 김용서 이화여대 교수는 "좌익정권을 타도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복원하는 방법에는 군부 쿠데타 이외의 방법이 없다"고 발언했다. 조갑제 전 < 월간조선 > 대표도 비슷한 시기 쿠데타를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둘 다 내란선동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당시 판결과 이 의원 판결을 비교하자면?

"김용서 교수·조갑제 전 대표 관련 자료도 법원에 냈다. 이 사람들의 발언은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기 때문에 처벌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그런 발언은 시장에서 걸러내고, 토론하고, 경쟁하면서 도태되는 것이다.

만약 군대에서 군단장, 사단장 등이 비슷한 발언을 한다면 그건 내란선동, 내란음모 맞다. 그들은 당장 내란을 실천할 물리력(군 병력, 무기 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석기 의원 수사) 당시 남재준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장이 오랫동안 군인으로 있던 때의 관점으로 생각하다 보니, '이석기 얘넨 빨갱이 아냐? 당장 무장력 갖출 수 있는 애들 아냐?' 그렇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국정원 또한 이 사건을 내란음모 사건으로 돌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불거진) 2013년 8월 전까지 내란음모 등에 대해 수사한 적은 없다. 소위 '3인 모임(이번 사건 피고인인 홍순석, 한동근과 제보자 이아무개씨 3인이 했다는 모임)'이 반국가단체와 어찌 연결되는지만 수사 대상이었을 뿐이다."

"'북한 과학 수준 상당' 발언은 국보법상으로도 무죄"

- 그런데도 왜 1심에선 "내란음모 혐의와 RO 구성 혐의는 유죄"라 판결이 난 건가.

"1심 판결 때 판·검사들이 너무 정치적이었다. 판사들은 검찰로부터 공소장 파일을 받아서 그 내용 그대로 판결에 넣었다. 사실상 공소장 내용을 복제하다시피 했다. 증거와 사실에 대한 판단이 전혀 없었다. 국정원이 내민 것을 검찰이 그대로 받고, 검찰이 내민 것을 판사들이 그대로 받아서 판결 내린 것이다. 1심 판결은 사실상 판결이라 하기도 민망했다. 그걸 얘기하는 건 판사에 대한 권위 훼손으로 비쳐질까봐 말 안 하다 항소심 때 그 말을 했다.

검찰 공안부도 문제다. (내가) 4년 가까이 공안사건을 다루면서, 검찰이 국정원을 통제 못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국정원이 어떤 사안을 갖다주면 자체적인 해석·판단을 해야 하는데, '아, 국정원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하며 그대로 수용하는 게 현 검찰 공안부다.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때도 검찰은 국정원이 제출한 조작 자료를 그대로 갖다 썼지 않나."

- 피고인들이 갖고 있던 북한의 원전(元典) 자료들에 대해 국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어찌 봐야 하나?

"그 자료들은 1998년경 한국에서 누군가가 제작해 배포한 CD들이다. 그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내게도 그 자료가 있다. 난 그런 얘기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진보당 사람들은 그 자료를 봐야 한다. 통일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북한 자료를 보는 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정치하는 사람들이라 더더욱 그런 자료를 보며 북한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재봉 원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비롯한 북한 전문가들도 같은 얘길 했다. 북한 원전 읽었다고 징역형을 선고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핵심 증거인 '5월 12일 강연' 녹취록 내용 중 논란이 됐던 '시설타격 논의' 또한 큰 문제가 없는 걸로 법원에서 정리한 것인가?

"시설타격, 총기구입 문제 등은 녹취록 그대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법원도 그 문제에 대해선 논거로 삼지도 않았다. 실제로 타격하자는 의미가 아니었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으니까 법원에서도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거다. 어떻게든 보수세력 쪽에 점수 따려 하는 법원인데, 그런 개념(실제로 시설을 타격하겠다는 의미)이 아닌 게 눈에 보인 거다."

- 대법원까지 이 사안이 올라가게 됐다(14일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상고장을 제출했다). 향후 판결이 어떤 식으로 될 거라 생각하나?

"사실 이 사건은 다 끝난 사건이다. 1심 판결이 내란선동 혐의 판단에 있어 법리적으로 틀렸다는 게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 내란선동의 요건이 구비되지 않음에도 유추·확대해석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 잘못된 증거(짜깁기 된 녹취록, 증언자 이아무개씨의 일관적이지 않은 증언 등)를 수집한 것 등에 대해 우리는 할 말이 많다. 증거로서 내민 것들의 증거능력이 없단 것도 입증할 수 있고, 증거능력이 있다 해도 그걸 법리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틀렸다는 것 또한 입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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