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시대 뉴리더] 이서현① 외국 브랜드 도입, 韓 패션 해외진출 주력

김참 기자 2015. 5. 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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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제일모직 본사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감사팀)이 들어닥쳤다. 그룹 경영진단은 계열사나 주요 사업부의 전반적인 사업 환경 등에 대한 컨설팅 차원으로 필요에 따라 이뤄진다.

경영진단은 전자재료사업, 특히 LCD 편광필름 분야를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상은 제일모직의 경영 전반에 대한 재검토 차원이었다.

당시 경영진단팀은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 감사를 준비하던 중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이서현 당시 제일모직 부사장의 요청으로 갑작스레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제일모직은 패션부분이 에버랜드에 매각되고 이서현 부사장은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서현 사장의 그룹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세계 패션계에 제일모직을 입히다

"한국에는 잠재력 있는 디자이너들은 많지만, 아직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없습니다. 스타급 디자이너를 집중적으로 키워야 합니다."

이서현 사장은 자전거 로고로 잘 알려진 '빈폴'을 키웠고, '릭 오웬스'와 '토리버치' 등 글로벌 브랜드를 한국 시장에 들여왔다. 1973년생인 이 사장은 경기초등학교와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의 디자인학교인 파슨스디자인스쿨을 나왔다.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후 2005년 상무로 승진하면서 패션 부문 기획업무를 맡았다.

이 사장은 외국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오고 한국 브랜드와 한국 디자이너를 해외에 진출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를 아는 한 관계자는 "패션 트렌드에 대한 안목이 남다르고 국내 패션 산업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의 손을 거친 제일모직의 대표 브랜드는 '빈폴'이다. 2004년 3000억원 규모였던 빈폴의 매출은 지난해 5000억원대로 증가했다. 이 사장은 빈폴의 제품 품평회에 일일이 참가하며 애정을 쏟고 있다.

빈폴을 맨즈·레이디스·골프·진·키즈·액세서리 등 서브라인으로 확장한 것도, 2003년에 플래그십 스토어(대형 단독매장)에 빈폴 종합관을 오픈한 것도 이 사장이다.

이 사장은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것뿐 아니라 여러 글로벌 브랜드 상품을 국내에 도입했다. 2009년에는 글로벌 SPA(패스트패션) 브랜드인 망고(MANGO)를 명동 등 주요 상권에 도입·런칭했고, 40~50대를 위한 여성복 브랜드 르베이지도 핵심상권 백화점에 입점시켰다.

특히 제일모직은 지난 2008년 밀라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10 꼬르소꼬모' 매장을 서울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10 꼬르소꼬모는 이태리 밀라노에 있는 편집매장으로 헐리우드 스타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할 만큼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10 꼬르소꼬모 서울 매장 오픈을 위해 이서현 사장이 직접 뛴 이야기는 패션업계에 유명하다.

이탈리아 패션업계의 대모로 불리며 당시 10 꼬르소꼬모 대표를 맡고 있던 까를라 소짜니가 10 꼬르소꼬모 밀라노 본점을 이을 2호 매장 개설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한 이서현 사장이 이탈리아를 직접 방문해 끈질긴 설득 끝에 꼬르소꼬모의 한국 유치를 약속 받았다.

이와 함께 이서현 사장은 한국이 패션강국으로 부상하려면 패션은 물론 문화, 예술 등 소프트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와의 협력해 '노나곤' 브랜드를 선보이는 등 패션사업과 더불어 문화·예술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한 관계자는 "급한 보고건이 있어 새벽 한 두시쯤에 이 사장에게 메일을 보냈더니 바로 답신이 오더라"며 "밤 낮없이 일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한국 브랜드와 한국 디자이너들의 미국 진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제일모직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를 '헥사 바이 구호(hexa by kuho)'라는 이름으로 뉴욕에 진출시켰다. 이 덕분에 그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 이사회의 멤버가 됐다.

그는 지금도 빈폴의 국제화를 위해 뛰고 있다. 빈폴을 세계적인 준 명품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표다. 미국 뉴욕에 빈폴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루이비통과 랄프로렌 등 글로벌 브랜드를 디자인한 비아트 아렌스를 영입하기도 했다.

◆ 이서현의 핵심 사업 에잇세컨즈는 여전히 시험대

이서현 사장은 핵심 육성사업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해 글로벌 톱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특히 에잇세컨즈를 2020년까지 매출 10조원, 아시아 톱3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다. 제일모직의 SPA형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시장에 첫선을 보인 2012년 600억원, 지난해 1300억원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500억원대를 달성했다.

부진한 사업도 정리했다. 캐주얼 브랜드 '후부'나 여성복 브랜드 '데레쿠니', 여성복 '에피타프', 남성복 '니나리치 맨' 등이 이 과정에서 사업을 접었다. 대신 빈폴, 갤럭시, 로가디스 등 기존 주력 브랜드와 에잇세컨즈, 빈폴아웃도어 등 신규 성장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이서현 사장의 공격경영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내시장은 그동안 글로벌 SPA브랜드의 거센 공세와 후발 브랜드들이 잇따라 론칭되면서 경쟁이 한창이다. 이 때문에 제일모직은 에잇세컨즈의 국내시장 안정화 위해 해외진출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제일모직은 올해 중국 1호점 개장을 시작으로 동남아와 일본, 북미 등이 진출할 예정이다.

해외시장도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에잇세컨즈의 첫 출정 지역 중국은 SPA브랜드의 전쟁터로 불린다.

의류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전세계 글로벌 SPA브랜드가 모두 경쟁하고 있어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SPA브랜드는 소규모 대규모 매장으로 운영되다보니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장이 주도해 키우고 있는 에잇세컨즈의 성공 여부에 따라 경영 능력을 재평가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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