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착시'가 조세저항 불렀다

이재덕 기자 2013. 8. 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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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금 늘어나는 근로자는 28%" 발표.. 실제로는 43.7%5년간 세수 증가 규모도 누적법 계산 땐 12조원

정부의 세법개정안에서는 상당수의 착시 현상이 발견된다.

대표적인 예가 소득 상위 28%인 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높아졌다는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기재부는 "소득 하위 72%가 세 부담이 줄었는데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옳은 방향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통계 착시 현상이다. 저소득층, 시간제 등 급여 노동자의 36.1%는 면세자여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 면세자를 제외하면 세금을 더 내는 사람은 근로자의 43.7%로 늘어난다. 조세저항을 피하기 위해 '고소득자 증세'로 포장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통계 포장'이 더 심한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중산층·중소기업은 세 부담이 6200억원 줄고, 고소득자·대기업은 2조9700억원 늘어난다고 발표한 것도 '서민층은 손을 안 댄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것이다.

세수효과에서도 통계를 교묘히 이용해 착시 효과를 일으키게 했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5년간 2조49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고 밝혔다. 세수 확보가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기재부는 11일 보도자료를 돌리고 "누적법으로 계산하면 12조원의 세수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누적법이란 특정 기간의 세수를 누적 계산하는 방식이다. 매년 증가분만 계산하는 순액법의 경우, 매년 1조원씩 세수가 늘어난다면 5년간 세수효과는 총 5조원이다. 하지만 누적법으로 하면 2014년 1조원이 늘었으면, 2015년에는 2조원(전년 1조원+신규 1조원)이 되고, 2016년엔 3조원(2014~2015년 2조원+신규 1조원)이 불어나는 등 2018년까지 총 15조원이 된다.

순액법을 사용한 세수는 내년 4300억원, 2015년 2조1200억원, 2016년 500억원, 2017년 마이너스 1000억원, 2018년 마이너스 100억원 등이다. 이를 더하면 총 2조4900억원이다. 공약가계부에서 쓰인 누적법으로 계산할 경우, 이 금액은 총 10조5700억원으로 불어난다. 누적법 계산 세수에 공약가계부상 지출로 잡힌 근로장려세제(EITC)와 자녀장려세제(CTC)를 고려한 이번 세법개정안 세수효과는 12조원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계산법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수치를 부풀릴 필요가 있을 땐 누적법, 조세저항이 우려되면 순액법을 사용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기재부는 누적법을 같이 표기할 것을 고려했으나 세 부담 증가로 비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누적법 표기는 치적을 보여야 할 공약가계부에만 들어가고 세법개정안에서는 빠지게 됐다.

<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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