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씨 사돈 이희상 회장(삼남 재만씨의 장인)의 美와이너리 설립자금 추적
전두환(82)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에 나선 검찰이 삼남 재만(42)씨와 그의 장인인 동아원 이희상(68)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간 장남 재국(54)씨의 시공사와 차남 재용(49)씨의 부동산 등에 파묻혀 부각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은밀하게 재만씨와 이 회장의 자금 흐름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아왔다. 검찰은 현재 미국에 있는 재만씨에게는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이 회장에겐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검찰은 특히 동아원이 소유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의 설립·운영 자금을 의심하고 있다. 와인 양조장인 다나 에스테이트의 현재 가치는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장이 오너인 동아원은 지난 2005년 부동산 개발업체 '고도(KODO)'를 통해 미국 현지에 다나 에스테이트를 세웠다. 여기에서 만든 와인 '온다도로'는 지난 2010년 열린 G20 정상회의의 만찬 와인으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동아원은 다나 에스테이트를 설립하면서 2005년부터 매년 수백억원씩 총 782억원을 '고도'에 투자해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구입하는 데 썼다.
검찰은 동아원이 전액 현금으로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구입한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 통상 미국에선 와이너리 사업을 할 땐 포도밭 구입 등 필요 자금의 70% 이상을 융자(모기지론) 받는 것이 관행인데 동아원은 대출 없이 자기자본만으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어디선가 자금이 뭉텅이로 유입된 게 아니냐고 의심하면서 재만씨와 이 회장의 해외 송금 내역을 정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이 와이너리의 포도밭 한 곳을 구입하면서 외환관리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다. 이 회장은 투자용 부동산 투자가 금지돼 있던 2006년 5월 174만달러를 들여 포도밭을 매입했고, 외환관리법 위반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이 회장 측은 "법률 자문을 했던 변호사가 미국 현지 변호사라 국내법을 파악하지 못해 일어난 절차상의 하자"라고 해명했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5일 재만씨가 나파밸리에 있는 자신의 고급 주택을 지난 3월 급매물로 내놓았다고 밝혔다. 해당 주택은 방 3개에 욕실 5개를 갖추고 있으며 가격은 450만달러(약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은 전씨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법안 개정 논의가 한창이던 때였다. 추징금 환수를 피하기 위해 급히 재산을 처분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아원 측은 "재만씨는 다나 에스테이트의 실제 소유자가 아니라 해외법인에 근무하는 미등기 임원(전무)에 불과하다"면서 "금융 비용 등의 부담이 많아 초기에 많은 자본금을 들여 와이너리 사업을 하게 됐다"고 밝혀왔다. 재만씨와 동아원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으며, 경영상 판단으로 융자 없이 와이너리 사업을 시작했다는 취지다.
재만씨의 한남동 빌딩에 이모(57)씨가 2006년 30억원의 근저당 설정 직후 동아원의 감사로 취임했다가 2011년 동아원에서 퇴임하면서 근저당을 해지한 것도 의문이다. 이를 두고 재만씨의 건물이 추징 대상이 될 것에 대비해 장인과 짜고 가짜 채권자를 내세웠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검찰은 이날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김양수 부부장 검사와 회계분석 요원 2명을 추가 투입했다. 이로써 당초 30여명 선이었던 환수팀은 김형준 부장 검사를 포함해 검사 9명과 회계분석 요원 4명, 자금추적 요원 6명, 국세청 등 외부 파견 인원 5명 등을 포함해 모두 45명으로 확대됐다.
한편 전씨의 변호를 맡은 정주교 변호사는 이날 '12·12 및 5·18 사건 특별수사본부'가 수사한 전씨 뇌물 혐의 관련 기록 일체에 대해 열람 신청을 냈다. 전씨 측은 수사 기록을 분석해 '기업들에서 받았던 돈은 다 써버렸거나 추징금으로 냈고,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는 주장의 근거를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씨 측의 열람 신청서를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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