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재용씨, 웨어밸리 추가 투자금 10억 개인계좌서 입금"

이효상 기자 2013. 8. 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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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초기 핵심 관계자 경향신문과 인터뷰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씨가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업계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용씨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경유지'로 검찰이 주시하고 있는 '웨어밸리'에만 수십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용씨는 2001년 웨어밸리에 17억원을 투자했고 2003년에는 미국 현지 법인에 60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들은 재용씨가 보유한 각종 계좌를 통해 현금으로 송금됐다. 이렇게 재용씨가 투자를 한 업체는 최소 3곳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용씨는 웨어밸리에 대한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려 2003년 3월부터 사실상의 대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해당 자금들은 2004년 재용씨의 비자금 수사 당시 발견된 채권 167억500만원의 일부로 추정된다. 2004년 재용씨 사건을 판결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최소 3억원 정도가 유입되고, 약 5만달러를 외화 송금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31일 데이터베이스 보안 업체 웨어밸리 설립 초기 핵심 관계자인 ㄱ씨를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ㄱ씨는 "웨어밸리는 2001년 1월 재용씨의 투자로 설립됐다"며 "재용씨는 초기 자금으로만 7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용씨 소유의 제이앤더블유홀딩즈(현 비엘에셋) 하나은행 계좌에서 웨어밸리 계좌로 송금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웨어밸리에는 재용씨와는 친분이 없는 박모씨가 대표로 있었다. ㄱ씨는 "처음에 재용씨는 자신을 경영학 박사로 소개했다. 나중에야 그 사람이 전두환씨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 설립비용 7억은 법인 명의IT 벤처 붐 일던 시기에 5억 단위 투자 소문 돌기도'전두환씨 아들' 뒤에 알아

2001년 9월쯤 웨어밸리는 첫 제품을 완성하고 두 번째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추가 투자가 필요했다. 재용씨는 박씨에게 "얼마가 필요하냐"고 묻고는 전환사채(CB·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발행을 조건으로 10억원을 투자했다. 최초 투자 때와는 달리 법인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 계좌에서 돈이 입금됐다.

ㄱ씨는 "정보기술(IT) 벤처 붐이 일던 시기였지만 1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는 사람은 드물었다"며 " '전재용씨가 IT 업체들에 5억원 단위로 투자를 하고 다닌다'는 소문도 나돌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용씨는 당시 3곳 이상의 벤처 회사에 투자를 했다.

2002년 9월 웨어밸리는 한국기업 1호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미국 시장에 뛰어들던 때 재용씨는 해외사업본부장으로 자신을 미국사무실에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박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ㄱ씨는 "그 일이 화근이 돼 2003년 3월부터 회사에서 박씨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재용씨는 CB를 전환해 늘어난 지분으로 자신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류모씨를 대표 자리에 앉혔다. 미국사무실을 법인화한 재용씨는 그해 4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한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에 나선 검찰은 최근 류모씨를 소환, 조사했다. 류씨는 재용씨를 '박사님'이라 부르며 재용씨의 사업 전반에 개입한 사람이다. 검찰은 류씨를 상대로 재용씨의 자금 사용 내역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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