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일가 압수 미술품 다 합쳐 10억 안돼"

이효상 기자 2013. 7. 2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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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상품성 떨어져.. 일각 '제3의 수장고' 의혹 제기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압수한 미술품들의 가치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수백억원대보다 훨씬 적은 수십억원대에 불과하다는 미술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검찰의 미술품 압수는 전 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김형준 부장검사)은 최근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소유인 경기 파주 시공사 건물 창고 등을 압수수색해 미술품 300여점을 찾아냈다.

압수된 미술품 중에는 박수근·이대원·육근병씨 등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이탈리아 조각가 스타치올리와 영국 현대예술의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의 판화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유명 작가들의 미술품이 다수 발견되자 추징금 환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졌다. 하지만 미술계에서는 압수된 미술품들이 추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술평론가 ㄱ씨는 22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압수된 작품 목록을 모두 살펴봤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품성이 대단치 않은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압수품 중 발견된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판화본에 불과해 가치가 원본의 1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애초 압수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던 천경자 화백의 작품은 검찰의 미술품 분류 작업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그림을 사진으로 현상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술시장 분석 전문가 ㄴ씨도 작품들의 가치에 대해 "현재까지 공개된 작품들의 값을 다 합쳐도 10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시공사가 발간한 한국 작가 화집 시리즈인 '아르비방' 참여 작가들의 미술품으로 밝혀졌다. ㄴ씨는 "당시 젊은 작가들은 '아르비방' 화집을 갖기 위해 자신의 그림과 대량의 화집을 맞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술 출판계 관계자 ㄷ씨는 "전재국씨가 투자 용도로 그림을 모았다면 젊은 작가들의 그림을 모으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술 애호가인 재국씨가 고가의 미술품을 숨겨놓은 제3의 수장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검찰은 재국씨의 미술품 구입 과정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압류해 국고에 귀속시킬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고가의 미술품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몇 천원은 될 것이고, 가짜라도 10만원 이상은 될 것"이라며 "모두 추징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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