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주파수' 쪼개기에.. 방송·통신 모두 반발

신동흔 기자 2015. 5. 28. 03: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5개국선 통신용으로 배정, 獨은 벌써 주파수 경매 시작.. 통신업계 "한국만 뒤처져" 지상파 중 EBS 빼고 배분, EBS "시청권·교육권 훼손"

정부가 최근 700메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이동통신 및 KBS· MBC·SBS의 지상파 UHD(초고화질) 방송용에 동시 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자 방송과 통신 양쪽에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통신학회·전자파학회·정보과학회·대한전자공학회 등 통신 관련 4개 학회 대표자들은 27일 "전파 자원이 사회적 인프라가 되어 사물인터넷(IoT) 등 새 산업이 태동하는 시대에 700㎒ 대역을 지상파 UHD에 배정하면 좋은 자원을 사장(死藏)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반면 방송계에선 700㎒ 대역을 받지 못하게 된 EBS가 "700㎒ 대역 분배에서 EBS만 배제해 시청권과 교육권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에서 방송과 통신이 대립하는 사이 해외 주요국은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속속 배정하고 있어 한국만 국제적 흐름에서 동떨어질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27일(현지 시각) 독일은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700㎒ 대역 주파수 경매에 들어갔다. 독일은 이 주파수를 이동통신 업체에 배정해 휴대전화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역시 NTT도코모 등 3개 통신사가 이 대역을 받았다. 현재 세계 267개국 중 115개국이 700㎒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쓰고 있거나 쓰기로 했다. 지상파UHD 방송용으로 배정한 나라는 아직 한 곳도 없다.

700㎒ 대역은 과거 지상파TV가 아날로그 방송용으로 사용하던 698~806㎒까지 108㎒ 폭의 주파수를 말한다. 현재 디지털TV 방송은 다른 주파수를 쓰고 있어 각국이 700㎒ 주파수의 새로운 활용 방안을 찾는 중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데이터 수요 폭증에 대비해 통신용으로 쓸 계획이었으나, 지상파 방송사가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주파수 배정 및 경매 등의 일정이 중단됐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모든 시청자가 UHD 방송을 보편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700㎒ 주파수를 반드시 방송용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한국은 케이블TV나 IPTV(인터넷TV)의 도움 없이 지상파를 직접 볼 수 있는 가구의 비율이 6.8%에 불과해 여기에 주파수를 배정하는 것은 '자원의 낭비'로 보고 있다. 통신용 주파수는, 데이터 사용량 폭증으로 조만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제때 주파수를 확보하지 않을 경우 당장 서울 주요 지역에서 내년부터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에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려지는 병목현상이나, 동영상 시청 도중에 끊기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작년 연말 기준 66.1%였던 서울 강남역과 신촌 등 인구 밀집 지역 주파수 포화율은 내년 초 83%를 기록할 것으로 통신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주파수 포화율이 80%를 넘으면 조금만 데이터 사용량이 몰려도 데이터 끊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홍인기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는 "700㎒ 같은 글로벌 공용 주파수를 통신에 활용하지 못할 경우, 장비 가격이나 통신망 구성 비용이 커져 통신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