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NLL 회의록 공개, 두달 전부터 기획된 '작품'

김진우 기자 2013. 9. 3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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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관련 절차 문의.. "야당 공격 탓" 해명과 배치기록원 부정적 견해 불구 무시하고 공개 강행해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기 두 달 전부터 이를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간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시나리오'라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6월17일 발언 때문에 회의록을 공개했다는 박근혜 대통령 등 여권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국정원은 또 국가기록원이 회의록 공개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6월25일 국회 정보위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공개의 적법성을 따지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30일 국정원이 지난 6월24일 회의록을 공개하기에 앞서 4월부터 국가기록원과 법제처에 공문을 보내 회의록 열람·공개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4월19일 국가기록원에 "국정원이 작성·보관 중인 회의록이 '대통령기록물'인지"와 "회의록이 어떤 법률에 따라 관리돼야 하는지"를 질의했다.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돼 검찰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바로 다음날이다. 국가기록원은 5월10일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기록물 역시 대통령기록물에 준해 관리돼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정원은 5월8일 법제처에도 유사한 내용의 법령 해석을 요청했다. 이때 국정원은 "국정원은 '보좌기관'이 아니므로 대화록 열람 시 상의요건(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의결 또는 관할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 의원은 이에 대해 "이미 국회 동의절차와 상관없이 회의록 열람과 공개를 염두에 두고 법령 해석을 의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제처는 5월21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므로 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에 합의한 6월20일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보관 중인 문서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이라며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발췌본을 공개했고, 같은 달 24일 회의록 전문을 기밀해제해 공개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다음날 국회 정보위에서 "야당이 자꾸 공격하고 왜곡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 공개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역시 지난 16일 국회 3자회담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주장에 남재준 원장이 의문 해소 차원에서 공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이 회의록 공개 두 달 전부터 공개를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여론을 돌리기 위해 회의록을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 의원은 "국정원이 180도 입장을 바꿔 회의록을 공개한 것은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결과 발표 이후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을 물타기하고 국면을 전환할 목적이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회의록 공개 논란이 계속되자 적법 절차를 거쳤다고 밝혀왔다. 검찰이 지난 2월 정상회담 회의록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면서 공공기록물로 판단한 것과 6월27일 국가기록관리위원회에서 회의록이 '공공기록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게 근거였다. 하지만 국가기록관리위원회의 당일 회의록을 보면 해당 내용이 논의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정치권 일각에서 대통령기록물 논란이 끊이지 않으니까 관계 기관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국정원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사전기획설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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