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겼나 없앴나.. '노무현 임기말' 석 달의 진실

강병한 기자 2013. 7. 2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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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사본 분명히 이관" 참여정부 인사들 주장"노 대통령이 폐기 지시" 검찰쪽 주장에 정면 반박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나면서 노무현 정부 임기말 청와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대체 회의록은 넘긴 것인가, 폐기한 것인가. 회의록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직전 석 달에 진실이 숨어 있다.

■ 회의록 생산은 확실

2007년 10월3일, 조명균 당시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은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했다. 조 비서관은 디지털 녹음기로 회담 전체를 녹음했다. 회담 후 확인해보니 녹음 상태가 좋지 않았다. 청와대는 녹음 복원을 위해 특수장비가 있는 국가정보원에 녹음기를 보냈다.

국정원은 일주일 만에 녹취록을 만들었다. 정상회담 회의록 초안 2부를 작성했고 종이문서로 된 1부를 청와대로 보냈다.

조 비서관은 이를 토대로 자신이 받아 쓴 메모와 각종 자료를 취합해 최종본을 전자문서로 만들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대통령기록물은 전자문서로 생산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이때가 2007년 12월쯤이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도 회의록 작성 과정에 관여했다.

조 비서관은 회의록 최종본을 청와대 전자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에 올렸다. 상급자인 백종천 외교안보실장을 거쳐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청와대는 국정원에서 받은 초안은 폐기했다.

이 같은 생산과 보고 과정은 새누리당도 이견이 없는 부분이다.

■ 그 이후 이관이냐 폐기냐 엇갈려

노 전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된 후 회의록의 행방은 여야 간 주장이 정반대로 갈린다.

친노 인사들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정상적으로 넘겼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후 청와대 제1부속실 이창우 행정관은 회의록을 직접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고 한다. 이후 이관 작업은 김정호 기록관리비서관이 지휘했다. 기록관리비서관실은 2008년 1~2월 사이에 회의록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인사들의 말에 따르면 이관 과정은 뚜렷하다. 먼저 e지원시스템상의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문서변환시스템인 알엠에스(RMS)를 통해 이동형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았다. 기록관 측은 이 하드디스크를 대통령기록 보관시스템인 팜스(PAMS)에 업로드했다. 이것이 여야가 찾으려고 했던 회의록 '원본'이다. 청와대는 팜스 변환 과정에서 오류가 날 가능성을 우려해 e지원시스템 사본도 하나 더 기록관에 이관했다고 한다.

문제는 회의록이 발견되지 않은 점이다. 새누리당은 애초 청와대가 이관하지 않고 폐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폐기설은 검찰 쪽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조명균 비서관이 e지원시스템에서 회의록을 삭제했다는 주장이다. 조 비서관이 올해 1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고소·고발 사건에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석해 이런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회의록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 후임 대통령이 마음대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국정원 회의록 1부만 보관하고, 청와대본은 삭제토록 했다는 게 이유다.

이를 놓고서는 e지원상에서 삭제가 가능한지부터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2008년 1월 외부 용역을 통해 삭제 기능을 추가했다"고 주장한 반면 참여정부 인사들은 "e지원 문서관리 카드는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조 비서관이 노무현재단에 밝힌 바에 따르면 대통령으로부터 e지원 보고서를 폐기하라는 어떠한 지시도 받은 바 없고 검찰에서 그런 내용의 진술을 한 바도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향후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 1차적으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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